청춘

2010년 7월 22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0.01 ~ 2010.12

2010년 7월 22일,

dancingufo 2010. 7. 23. 01:17

사람들이 김은중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면 어쩐지 좀 우스운 생각이 든다. 한동안은 아예 잊고 살았으니까. 뭐, 별로 관심도 없었고. 완전히 한물 간 노땅 취급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와서 뭘 갑자기.

예전부터 사람들은 그랬다. 그러니까 다 김은중을 알지만 그다지 큰 관심은 없어보였다고. 그런데 김은중은 기대 이하였던 적이 없었다. 아, 대표팀에서 말고 난 리그를 말하는 거다. 내가 김은중이 월드컵 나가야 된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거든. 대표팀에서 뭐 별로 잘한 적도 없었고.

하지만 리그에서의 김은중은 기대 이하였던 적이 없다. 아팠거나 경기에 못 나왔거나 뭐 그랬던 때를 빼고. 김은중은 늘 잘해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제2의 전성기라느니, 시간이 거꾸로 간다느니, 뭐 그러지 말라는 뜻이다. 김은중은 늘 꾸준했다. 늘 자기 몫을 했고, 늘 에이스 스트라이커였고, 늘 꽤 괜찮았다고.

난 김은중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 예전엔 이렇게 말하지 못했는데, 이젠 뭐 나 정도면 이렇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난 김은중을 9년 동안 본 사람이다. 9년 동안 김은중 경기를 보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대전을 가고, 대구도 가고, 전주도 가고, 뭐 그러다가 방콕도 가고 지난도 가고 그랬다고.

그러니까 난 '축구선수' 김은중에 대해서 알 만큼은 안다. 모르는 것도 많겠지만, 그래도 웬만큼은 안다. 그래서 자신이 있다는 거다. 알 만큼은 알거든. 난 김은중이 또, 늘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꾸준하고 담담하게 잘해낼 줄 알고 있었다.

믿으니까. 김은중은 그냥 믿게 되는 선수다. 왜 불안해? 김은중인데?

실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 꿈을 꿨다. 김은중이 꿈에 나와서는, 아마 올해는 나를 좀 자주 보러 와야 할 걸? 이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왜요? 라고 물었던가 뭐 그랬더니, 내가 올해 좀 잘할 거거든,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꿈에서 깨서, 이 사람 한국으로 돌아오려나- 싶었는데 아침에 아는 동생이 전화를 해서는, 김은중이 제주에 갔다는 거다.

믿을 수 없어서 컴퓨터를 켰더니, 정말이네. 뭐, 사실 개꿈인데 어쨌든 난 이런 꿈을 자주 꾼다. 김은중은 나한테 예지몽을 꾸게 한다고.

결국 난 올해 정말 제주 경기를 자주 보러 가고 있고 (꼭 김은중 때문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리고 김은중은 정말 꽤 잘하고 있다. 역시 예지몽인 거지. 이 놈의 놀라운 텔레파시.

김은중이 무릎을 다치고 그래서 독일까지 가서 수술까지 받고 왔는데 또 몸값 문제로 중국에 갔다 오고 하는 동안 사실 김은중 때문에 처음으로 마음앓이란 걸 했다. 그 전에 늘 그냥 김은중을 믿었거든. 무조건 믿음이 갔거든. 그런데 이번엔 대체 어찌될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기분이 드는 거다. 그래서 처음으로 좀 끙끙대기도 하고, 김은중 괴롭히는 무리들을 나쁜놈이라며 욕도 하고 그랬는데, 돌아온 이후에 또 이렇게 잘해주니까 좋고 든든하고 그리고 팬으로서,

참 고맙다.

김은중은 그런 선수다. 팬이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끔 만드는 선수라고. 내가 김은중이란 사람에 대해 뭘 알겠나.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뭐, 소소한 거지. 아는 거라곤. 하지만 축구선수 김은중에 대해서는 좀 안다. 그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축구선수들을 봤고. 그러는 동안 난 내가 진짜 제대로를 골랐다는 걸 알게 된 거다. 김은중은 진짜다. 이런 선수는 흔하지 않다. 난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늘 잘해주어서, 때로는 힘들 때도 있을 텐데 변명하거나 핑계 대지 않아서, 남탓하지도 않고 불운을 탓하지도 않아서, 그냥 늘 담담하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주어서, 그래서 이렇게 믿고 기다리면 된다는 걸 알게 해주어서, 고맙다.

나는 9년 전에,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 선수 선택을 정말 기 막히게 해낸 거다. 이건 뭐 거의 대박 수준이지.

김은중에 대해서라면 정말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어쩐지 갈수록 별 말을 안 하게 된다. 뭔가 말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거라는 기분도 들고, 절대로 담담한 태도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고, 그래서 난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나 듣곤 하는데,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좀 우습다. 이것은 또 내 고질병이 돋는 거겠지? 툭하면 솟아나는 나는 좀 안다는 의식. 하지만 괜찮다. 아무한테도 이 말을 하진 않거든. 그리고 혼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제 2의 전성기, 제 3의 전성기 이런 거 아니야. 김은중은 그냥 여전히 전성기일 뿐. 언제는 못했냐고. 늘 이 정돈 했지. 흠이라면 꿈이 좀 너무 현실적이라는 것뿐이다. 100골이 뭐야. 기록을 갈아엎겠다고 덤벼야지.

315경기 88득점 36도움. 기다리고 있다. 김은중은 뭔가를 이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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