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2년 5월 17일, 본문
어느 날 문득, 내가 채식을 하겠다고 하자, 친구는 갑자기 왜 그런 결심을 했느냐는 듯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건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내가 생각해 온 일이었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육식을 멀리 했기 때문에, 사실 그다지 새로운 선언도 아니었다. 다만, 육식을 멀리하는 것과 육식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문제여서-
흔히들 말하는 vegetarian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 나는 밖에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세상 대부분의 음식에는 동물성 식품이 섞여 있었고, 때문에 나는 학창시절에도 귀찮아 하던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질문이 귀찮아서 내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이유를 웬만하면 말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그 이유를 말해야 할 때는, 어김없이 고기를 안 먹으면 고기 생각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나는 고기를 즐기진 않았어도 분명히 고기를 무척 맛있어 했던 사람인데, 그걸 안 먹겠다고 생각한 이후로는 고기 냄새를 맡으면 그 냄새가 무척 싫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채식주의를 지향하겠다고 결심한 입장에서는 분명히 행운이지만. 참,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하는 개구리 같아서 내가 조금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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