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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dancingufo 2006. 1. 10. 02:59

01.

그 마음을 안다, 라고 말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데도 어쩐지 자꾸만 알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열 여섯살 난 소년의 마음을 스물 여덟의 내가 무슨 수로 이해하겠냐마는, 자꾸만 난 그 마음이 너무나 친근해서 측은한 생각마저 들고 마는 것이다. 결국 그 마음은 나에 대한 연민이 되어서 돌아오고 나는 한 동안 꼭꼭 그 책을 손으로 누른 채 책상 앞에 앉아있다. 세상의 부조리함에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일을 고행에 가깝도록 만든다. 인간의 이러한 모습과 저러한 모습을 경멸하고 혐오하여 결국 이 인간과 저 인간 모두를 미워하고 비웃게 되는 것은 지독한 나르시즘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을 타고 태어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이 고행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아직은 순수한 홀든이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속물적인 근성과 이기심과 추악함을 미워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나의 경우엔 내가 경멸하는 사람들의 천박함을 종종 내 안에서 발견하고 마주침으로써 그들과 내가 똑같다는 것과, 이 천박함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임을 인정해야만 하니까 말이다.


02.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측은한 소년의, 마음에 드는 두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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