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김규항, B급 좌파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김규항, B급 좌파

dancingufo 2006. 1. 16. 03:17
 

나는 지식인이 아니고, 교양인도 아니다. 나는 이 나라나 이 사회의 올바름, 나아가야 할 길, 지양해야 할 것, 됨됨이, 저지르고 있는 잘못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사회적 사건들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나는 온전하게 나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사회적 인간이다.

사실 나는 치열하게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대체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 세상이나 사회, 민족, 국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분노하는 그들 말이다. 김규항의 표현대로 하자면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좌파'들이 바로 그들이다. 나는 가끔 그들을 비웃고, 나는 가끔 그들을 의아해한다. 그런 내 태도가 틀렸다는 것, 정작 이해받지 못하고 비웃음을 받아야 할 쪽은 내쪽이라는 것, 그것을 깨닫게 한 것이 바로 이 <B급 좌파>라는 책이다.

물론 나는 그런 사실들을 깨달았다고 해도 내가 여전히 김규항과 같은 시선이나 태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안다. 나는 쉬이 내가 살고 있는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여전히 나는 이 나라나 사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고민하지 않을 것이고, 분노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조차 여전히 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최소한, 나와 다른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을 비웃거나 의아해하진 않을 것이다. 내 안보다 밖을 향한 시선과, 제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신뢰를 가진 채로 살아갈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내 안에서 이루어낸 성과는 충분히 위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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