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엔도 슈사쿠, 바다와 독약 본문
엔도 슈사쿠의 <바다와 독약>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이유나 해결책을 모르는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그 압박감은 이상하게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에 자꾸 답답해진다. 나는 그 답답함의 정체가 무엇일까, 생각을 했고 그러다 문득 그것의 희미한 그림자를 포착한다. 이 답답함은, 이 책 속의 인물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아무런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누구도 노력하거나 애쓰거나 치열하게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얼핏 보면 '스구로'는 유일하게 양심적인 의사로, '도다'는 죄책감 따위 전혀 알지 못하는 의사로 그려지는 듯 하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똑같은 인물이다.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잡혀온 포로를 생체해부하면서도 어차피 그들은 죽을 것- 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도다도, 그런 도다나 다른 의사들을 그저 방치해두며 검은 바다나 바라보고 있는 스구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살아있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누구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지향하지 않는다. 자신을 정당화하든, 혐오하든 그냥 체념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인물들을 보면서 자꾸만 마음이 답답해지고 이마를 찌푸리고 한숨을 쉬게 된다. 이 소설, 어쩐지 굉장히 답답하다.
* 이 소설, 끝 마무리가 어쩐지 시원찮다 싶더니, 작가가 속편을 쓸 계획이었으나 쓰지 못하고 타계해버렸다고 한다. 뒷 얘기에 대한 궁금함은 그냥 묻혀두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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