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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

브로크백 마운틴

dancingufo 2006. 3. 11. 02:09
 
솔직하게 말하건대, 난 이 영화가 정말로 재미없었다. 단순히 그냥 재미가 없어, 그냥 그러네, 지겨워,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너무나- 굉장하게- 재미가 없어서 몇 년 사이 이토록 나를 지루하게 만든 영화는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많은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는 타입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영화를 웃으면서 넘길 수는 있는, 그러니까 그렇게 까다로운 관객은 아니다. 어떻게든 관객을 울게 하려고 하거나 반대로 관객을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영화만 아니라면 나는 꽤 영화에 너그러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내게도 굉장하게 재미가 없는 영화라는 것이 있는데 <브로크백 마운틴>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물론 유난스레 내가 이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몇가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번역이 썩 잘 된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나 나는 원래 정통 멜로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등의 이유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이유라고 하기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영화에 보이는 반응은 내가 이 영화에 보이는 반응과 당황스러울 만큼 다르다. 고작 그런 것을 이유로 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최고의 영화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 영화를 내가 이토록 재미없게 느낄 수가 있을까? 게다가 영화제에서 상 받아오는 영화들은 주로 내 취향과 제법 잘 맞아들어가는 편인데 말이다.

내가 이 영화를 이토록 재미없게 느낀 것은, 아마도 배우들의 행동이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행동만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의 행동이나 말이 비극을 과장한 것처럼 보였다는 뜻이다. 나는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슬픔이나 기쁨, 애잔함이나 괴로움을 누군가가 느껴야 한다면 그것의 진짜 주체는 관객이지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배우는 관객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이다. 그런데 어떤 영화는 배우는 슬퍼서 울고 있지만, 관객인 나는 전혀 슬픔을 느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감정을 만들어주기 위해 행동은 했지만 사실 감정이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한동안 우리 나라에서 유행했던 <약속>이나 <편지>같은 영화가 그렇고, <I am Sam>과 같은 헐리우드 영화도 그랬으며, 장이모의 <연인>은 과장된 배우들의 행동 때문에 결국 배가 아프게 웃어대야했고, 사실 <타이타닉>도 어찌보면 이 축에 속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브로크백 마운틴>은 더더욱 그랬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연인>이후, 남들은 웃지 않는 영화를 나는 굉장하게 웃으면서 본 영화이기도 하다.)

그들이 남자와 남자였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해피 투게더>를 너무나 좋아하고, <벨벳 골드 마인>를 인상 깊게 봤으며, <로드 무비>를 재미있게 보았다. 나는 남자와 남자가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배우들의 행동이나 말에, 감정이입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이 남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남자들이 서로를 그렇게 사랑한다는 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20년이 넘게 이어지는 사랑을 이해할 만큼 내가 인생을 많이 알지 못해서 그렇다고 쳐보자. 하지만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한다 해도, 나에게 이렇게까지 최악에 가까웠던 영화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하니- 어쩐지 좀 당황스러운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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