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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진짜 좋은 게 뭐지?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닉 혼비, 진짜 좋은 게 뭐지?

dancingufo 2006. 3. 19. 03:53
 
나의 기본 정서는 슬픔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 또는 그 외의 것들은 내가 슬프다고 생각한 후에 좋아하게 된 것들이다. 나는 웃기거나 재밌거나 즐겁고 행복한 것을 느끼는 재주가 별로 없다. 대신 나는 많은 것들이 슬프다고 느낀다. 때로는 눈물에 첨벙대는 것들도 그렇고, 때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들도 그렇고, 때로는 웃긴 척- 재밌는 척- 별거 아닌 척- 행동하는 것들도 그렇다.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 보아도 닉 혼비의 이 작품은 어쩐지 슬프고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조금쯤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이해한다거나 알 것 같다고 말하기는 싫다. 내가 뭔가를 이해한다거나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뭔가를 이해한 척, 나도 아는 척, 이렇게 감정 이입되는 순간을 피해갈 수가 없다. 나는 40대도 아니고, 결혼도 안 해봤고, 당연히 바람도 안 펴봤으며, 애도 없고, 의사도 아니며,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난, 케이티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케이티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티의 고민을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이혼해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바람핀 것을 남편에게 들키면 어쩌나, 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갑자기 착한표 어른이 된 남편 때문에 사실은 난 착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전혀 없지만- 어쨌든 난 케이티의 고민을 이해하고 있다. 살다가 사람이 이럴 수도 있다는 것. 살다보면 이런 날도 온다는 것. 그럴 때는 어떡해야 하나, 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케이티의 고민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나는 무엇을 이야기해도 슬픈 척 밖에 하지 못하는 내 화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쿨- 하다는 게 뭔지 잘 모르지만, 나는 내가 막연하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본질적으로, 뼛속까지 쿨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이렇게 닉 혼비처럼, 쿨한 사람인 양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된다. 살다보면 그 때 그 때마다 취향이 조금은 달라지는 법이고, 아마도 닉 혼비는 그런 의미에서 스물 여덟살이 된 내 취향에 잘 맞는 작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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