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요시모토 바나나, 하드 보일드 하드 럭 본문
한 작가를 한 작품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기특한 생각 같은 것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게 되면 그 책을 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최소한 하나 정도는 더 읽어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처음 읽게 된 작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냥 한 권 정도는 더-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고 싶어하는 내 기질 때문인 건지도 모르겠고.
요시모토 바나나라면 꽤 유명한 작가지만 나로서는 그 동안 손을 대본 적이 없다가 <키친>을 읽은 것이 몇달 전 일이다. 어떤 느낌인지,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조금 감은 왔지만 한 마디로만 말하자면 솜사탕같은 이 여자의 글솜씨가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다. 솜사탕이 녹고 나면 입술 위로 끈적하게 남은 설탕의 맛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는 중의 느낌도 그랬다. 달콤했지만 끈적거렸다. 너무 달아서 조금, 지겨워졌다.
그냥 글을 쓰는 것과 이야기를 쓰는 것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딱히 전자와 후자 중 어느 한 쪽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때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을 유희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느낌이 들 때는 거부감같은 것이 생긴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 이야기의 재미에만 몰두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처럼 말이다.
이 여자는 감수성이 풍부한 글을 쓰고 있지만 그 감수성이 별로 독특하진 않다. 그럴 때는 그 풍부하다는 것이 꼭 장점이 되는 것만은 아닌 듯 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