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신경숙, 종소리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신경숙, 종소리

dancingufo 2006. 5. 25. 02:24
 
잃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잊었던 것. 희미하게 생각이 났어. 삶의 기미같은 것이라 했지. 이 사람의 글 때문에 아마 난 마음이 먹먹했을 거야. 그 때는 열 여덟이었고, 자주 울었지. 견딜 수가 없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는 했어. 많이 슬펐어. 외롭거나, 아니라면 쓸쓸했던 거야.

내가 변하듯이 이 사람의 글도 변해. 그런데도 여전히 내 심장은 이 사람의 글을 기억하고 있지. 나는 잃고 살았어. 아니 잊지 않았어. 어느 한 순간이라도 그랬는 줄 알아? 나는 늘 생각해왔다고. 한결 같았어. 그렇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이유를 생각할 수가 없어. 기억이라도 나면 좋으련만. 십년이 지났잖아. 그 시간 동안 방치되었지. 나는 죄를 지은 것일까? 아무것에도 답을 할 수가 없어. 그냥 나는 지금 다시 울고 싶어진 거야.

글이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도 좋아. 이 글을 정말 좋아해. 이 모든 것은, 이 사람의 글에서 시작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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