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이사카 코타로, 사신 치바 본문
[사람의 죽음에는 특별한 의미나 가치도 없다. 요컨대 거꾸로 생각하자면 누구의 죽음이나 같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말이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치바의 생각이다.
치바는 20대의 미남 청년이 되기도 하고, 40대의 약골 아저씨가 되기도 하고, 30대의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도 하는 사신이다. 하나의 일을 맡을 때마다 정보부에서 정해주는 프로필과 외모를 가지게 되지만 일단 음악을 좋아하고 자기 일에 충실하며 인간의 사정에 관심없어한다는 점은 늘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치바는 얼핏 쿨해보인다. 웬만해선 안 놀라고 감정에 변화도 거의 없고 일주일간 가깝게 지낸 인간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죽음을 선사하니까, 인간된 내 입장에서 볼 땐 쿨해도 이렇게까지 쿨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치바는 인간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저승사자인 셈이다. 그러니 치바를 '쿨하다'고 생각하는 내 판단을 틀린 것 같다. 사신 주제에 과거에 만났던 인간의 기억도 가지고 있고, 평생 소원이라며 난처한 부탁을 해오는 할머니의 청도 들어준다. 그러니 치바는, 사신 중에서 정 많기로 치자면 으뜸에 속하는 사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치바에 대해서 모두 생각한다. 쿨한 치바. 정 많은 치바. 그리고 생각 끝에 결국 두 개의 치바 모두 좋아하기로 한다. 쿨한 치바가 좋다. 하지만 정많은 치바도 좋다.
치바의 진심어린 행동을 인간들은 '재미있군.'이라거나 '아저씨, 특이하네.' 따위로 넘겨버린다. 그런 인간들의 반응에 치바는 가끔 화를 내지만, 나 역시 그런 치바가 재미있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이 인간인가보다. 치바는 재미있다. 그리고, 특이하다.
기대 이상이랄 것도, 기대 이하랄 것도 없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빨리 읽히고 재밌게 읽혔으니 이 정도면 됐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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