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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앤토니오 수잔 바이어트, 소유

dancingufo 2006. 6. 30. 03:16
 
예를 들면 말이다. 좋아하는 A가 있다. 어떤 식으로인가, 얼마만큼인가 하는 것을 따지지 않고 어쨌든 좋아하는 A말이다. 나는 A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다른 남자와 연인으로 지낼 마음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A가 내 연인이길 바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그 이유에는 내가 A를 많이 좋아하진 않는다거나, 내가 A를 그다지 남자로 느끼지는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꼭 A가 내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의 어떤 부분은, 분명히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아하고 지적이다. 무엇을 놀라워 했느냐 하면 이 긴 글을 써낼 수 있는, 마지막 장까지 끌어올 수 있는, 작가의 인내나 고집이었다. 읽는 동안 나는 먼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을 느낀다. 끝까지 바라보는 입장만 취하게 했음에도 마음에 울림이 생긴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나는 진실이나 진심에 집착하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고 있노라면, 진실과 진심은 얼마나 꼭꼭 숨겨져있고 감춰져있는 것인가- 하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그렇게 멀고 먼 길을 돌아야만 찾아낼 수 있는 진실과 진심 따위, 집착해서 어쩌자는 말인가- 생각을 한다. 전해지지 못한 수많은 진심이 세상에 있다. 사람들은 내 진심을 모르고, 나는 사람들의 진심을 모른 채 그냥 있다. 그렇게 누구에게 전해지지도 못한 진심 따위, 어째서 거짓이나 허상보다 중요하다는 말인가. 손을 놓고, 조금 슬퍼한다. 마이아가 아저씨의 이야기를 제 이모에게 전해주었다면 나는 이 이야기를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아는 아이답게 모든 걸 잊고, 아저씨가 만들어준 왕관도 짓이겨놓고, 그렇게 웃으며 그냥 갔다. 전해지지 못한 그들의 진심은 길가에서, 무덤 속에서 떠돌고만 있다.

마음을 다한, 시간에도 줄어들지 않은, 그런 사랑이 싫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소유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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