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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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가르시아 마르케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dancingufo 2006. 8. 10. 12:41

이 작가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매우 좋아했다. 나무에 매여 죽던 대령과 벌레들에 의해 옮겨졌던 마지막 아기의 모습까지, 하나하나의 인물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모든 인물이 너무나 생생하여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럼에도 모든 인물이 너무 쓸쓸하여 살았던 적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물과 사건과 문체가, 완벽하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다른 책에도 눈이 갔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선택하게 된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백년 동안의 고독>과 같은 경이로움을 맛보게 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책을 즐기려고 할 때쯤 끝나버리는 길이부터 아쉬웠다. 500명이 넘는 창녀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던 90세의 노인이 (얼핏 보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같은) 14세 소녀를 사랑하게 된 내용에도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가지 위안이 된 것이라면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우아하고 고전적인 문체였을 것이다. 그 문체만은 (여전히 <백년 동안의 고독> 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절제되어 있어 품위있고 조금은 쓸쓸하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그런 문체를 가지고 있다. 작가가 지닌 여러가지 미덕 중, 이것은 매우 훌륭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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