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알랭 드 보통,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본문
관건은, 보편성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에 빠지고,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우리가 왜 사랑에 빠지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고 묻는 보통의 책은 우리 모두의 눈길을 끌었고, 그에 대한 보통의 답이 꽤나 멋졌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보통을 좋아하게 되었다.
보통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보편성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매우 지적이고 흥미로운 말투를 사용했기 때문에, 보편성과 동시에 특별함도 획득했다. 보통의 강점은 바로 이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누구나 하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특별하게 할 줄 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연애담이지만, 이 연애담을 들려주는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연애담 중 보통의 연애담을 조금 더 특별히 좋아한다.
<Kiss&Tell>은 저자가 계속해서 '전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사실 연애담이다. (연애 소설이라고 적으려고 했지만 여주인공이 실제 인물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실화라고 하니까, 소설이라고 적지 못했다.) 저자는 한 여자를 만나고, (처음 이유가 전기를 쓰기 위해서였건 뭐였건)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연애를 하고, 때로는 다투고, 종국엔 이별을 선고 받는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연애의 과정이다.
하지만 보통은 너무나 보편적인 이 연애사를 '전기'라는 독특한 형식 안에 담으면서 특별성을 획득하는 데 또 한 번 성공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또 하나의 성공작이다. 전개 과정과 결말이 눈에 빤히 보이는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낼 줄 알다니. 역시 보통은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독자보다 한 수 위인 작가들이 참 좋다.
<Kiss&Tell>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만큼이나 훌륭하다고 말할 순 없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정말로 괜찮은, 너무나도 괜찮은, 아주아주 괜찮은 책이어서 나는 보통이 쉽게 그 책을 뛰어 넘는 다른 책을 쓸 수 없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훌륭한 전작과 굳이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이 책 나름대로 매우 괜.찮.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적당히 맛이 좋은, 기름기가 너무 많지도 않고 양이 지나치게 많지도 않은, 기분 좋은 육질의 고기를 먹은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궁극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번에도 내가 졌군.'이라는 말을, 웃음과 함께 던지게 만드는 작가들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스스로가 보통의 팬이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보통을 꽤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