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고양이는 별나. 특히 루퍼스는......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고양이는 별나. 특히 루퍼스는......

dancingufo 2008. 7. 4. 01:59


난 도리스 레싱이 마음에 든다. '좋다.'라기보다는 마음에 든다. 처음 이 작가의 책을 고를 때 그 많은 작품들 중 이 작품을 가장 먼저 고르게 된 건 행운인 것 같다. 우연한 행운이었고, 좋은 감을 발휘한 현명한 선택.

바로 오늘까지 <황금 노트북>을 읽었는데, 이 책이야말로 도리스 레싱의 대표작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을 먼저 읽었다면 난 이 작가의 책을 이렇게까지 연달아서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것은 <황금 노트북>이 <고양이는 별나...>보다 덜 재밌다거나 덜 훌륭하단 뜻이 아니라, 전자보다는 후자쪽이 조금 더 내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다. 아하, 라고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거나 혼자 킥킥대는 웃음을 흘리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꽤나 우습다거나 즐거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도리스 레싱은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에서 태어나 잠바브웨라는 곳에서 살다가 나중엔 영국 런던에 정착한 작가다. 연로한 작가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출생년도를 찾아보니 무려 1919년이다. 음, 그러니까 그것은 3.1운동이 일어난 해로 내게는 그저 역사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오는 시기다. 그런 사람이 아직까지 정정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뭐랄까. 인간이 정말 위대한 것도 같고 질긴 것도 같다.

사실 쉽게 책을 추천하지도 못하고, 추천하지도 않는데 가끔은 사람들에게 좀 더 읽히고 싶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또는 취향이라든가, 독해 능력을 떠나 책을 읽고자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별다른 망설임 없이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나기도 하고. <고양이는 별나...>는 전자에도 속하고 후자에도 속한다. 그러니까 딱히 읽을 책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읽으셔도 괜찮을 듯.

사실, 노벨 문학상을 받는 걸 보고서야 도리스 레싱을 알게 됐는데 이런 걸 보면 무슨무슨 상이라는 것도 다 나름 의미가 있고 또 중요하기도 한 모양이다. 덕분에 좋은 소설을 읽었고,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났다. 자, 그러니 앞으로 당분간은 도리스 레싱에게 빠져있을 예정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