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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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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dancingufo 2008. 9. 26. 01:40

오쿠다 히데오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라부 또한 결코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라부가 누구인가. 우리나라에서 오쿠다 히데오를 인기 작가의 대열에 합류하게끔 만든 <인 더 풀>과 <공중 그네>의 히로인 아닌가.

그 이라부의 전신이 바로 이 책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에 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존이 변비로 인해 고생하고 있을 때, 존의 치료를 돕는 엉뚱한 의사는 (비록 이름은 다를지라도) 누가 보아도 캐릭터가 조금 덜 잡힌 이라부이다.

사실 이 작품이 히데오의 데뷔작이라는 건 알지 못한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인 더 풀>이나 <공중 그네>를 통해 히데오를 알게 되었고, <라라피포>나 <남쪽으로 튀어>를 통해서 히데오를 조금쯤 재미있어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이 작가를 잊고 지내던 중,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는 직장 동료의 말에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를 읽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흠흠- 어쩐지 이라부 시리즈와 조금 비슷한 면이 있군.'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책을 다 읽은 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이 작품이 바로 히데오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그제야 드는 생각. 아하, 히데오는 이 때부터 이라부 시리즈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군. 이라는 것.

이라부 시리즈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모두 다 다양한 방식으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이 몸이나 정신에 이상을 일으켜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곤란함을 느끼는 이들이 이라부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존(미리 말해두자면, 이 존은 '비틀스'의 존 레논이다;)도 죄책감으로 인한 강박관념 때문에 변비에 시달리게 되고 그 증상 때문에 아네모네 병원을 찾게 된다.

이후, 엉뚱한 의사와 엉뚱한 간호사와 함께 스스로를 치료해 나가는 존의 이야기는 여러 면에서 이라부 시리즈와 닮았다. 결국 이 이야기가 발전돼 이라부 시리즈가 탄생한 것 같고,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히데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적당히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는지.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작품은 존 레논을 등장시켜 그의 공백기였던 일본 체류기 4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존 레논의 평전 같은 것을 상상하면 안 된다.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소설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캐릭터를 실제 인물에서 따오고, 몇 가지 에피소드나 가족 관계 등을 실제 인물의 그것과 일치시켰을 뿐, 나머지 이야기는 온전하게 히데오의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히데오만의 유쾌함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이 책은 비틀스나 존 레논과 100% 무관하게 읽어도 괜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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