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도리스 레싱, 런던 스케치.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도리스 레싱, 런던 스케치.

dancingufo 2008. 9. 27. 01:29

단편집을 좋아하기란 참 힘들다. 몰입을 하려고 할 즈음 이야기가 끝나버리고 다시 또 새로운 이야기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나로서는 참 힘들고, 그래서 그런 일을 몇 번쯤 반복하고 나면 어쩐지 꽤나 지쳐버린다.  

사람마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야기가 길수록 그 이야기를 읽어내는 데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또한 그 이야기가 재미있는 경우에는 오랜 시간 그 속에 빠져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길고 긴 장편 소설이 좋다. 그래서 웬만하면 단편집을 구입하지 않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작가의 경우에는 단편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고 그래서 결국 내가 썩 만족하지 않으리라는 걸 미리 알면서도 이렇게 단편집을 사고야 마는 것이다.

도리스 레싱은, 정말로 여러모로 마음에 들고 그래서 올해 내 최고의 발견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단편은 그냥 그렇다.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진실의 대가' 정도겠는데 참 우스운 것이, 이 책을 살 때 <나는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라는 책을 한 권 더 샀는데 알고 보니 '나는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가 '진실의 대가'와 같은 작품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진실의 대가'는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인 <런던 스케치>에 실린 제목이고, '나는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는 다양한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둔 책인 <나는 당신과 자지 않았어요>에 실린 제목이라는 것뿐.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후자의 제목이 조금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독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게끔 작가들이 같은 글을 다른 제목으로 책에 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중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