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8년 7월 19일, 오래 사는 마음. 본문
왜 갑자기 생각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그 때, 퍼플 아레나에서 눈시울을 붉혔던 김은중.
그렇게 미워만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많은 선수들 중에서 김은중의 이름만을 연호해주었던 사람들.
마치 당신은 그래도 우리편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우리는 한 편이지 않냐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 때 나는 슬펐고. 그 때 나는 기뻤고.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얼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더라.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더라.
늘 그들은 떠나고, 떠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늘 이 자리에 남았다.
떠나면서 그들은 늘 우리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들을 들으면서 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를 잊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한다 해도,
한 번 떠나기로 마음 먹은 이가 정 때문에, 추억 때문에 남아주는 것은 본 적이 없고
떠났던 이가 돌아오는 모습 또한 본 적이 없기에
미련이 없다기보다도 미련을 가지는 게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아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은 아프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관우가 수원으로 이적한다는 기사가 떴을 때,
믿을 수가 없어서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대전까지 내려가 정말로 이관우가 우리 팀의 연습에 불참한 것을 내 눈으로 확인했을 때,
그래. 그 때, 바로 그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잊을 수가 없어서 너무 많이 괴로웠고,
괴로웠기 때문에 너무나 싫어했다.
싫어한다. 정말로.
잊을 수가 없으니까, 계속해서 싫어하는 수밖에 없다.
너를 보냈는데 누구를 못 보내겠어.
그리고 더 이상은 울 일도 없고, 마음 아파할 일도 없는 것.
무뎌졌다기보다는 익숙해진 것뿐이고,
괜찮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덤덤한 척 해야지.
매번 똑같이 상처 받을 순 없는 거니까.
나한테 네가 무엇이었냐 하면, 온전한 대전 시티즌의 것.
하지만 모두가 그래왔듯이 돌아서고나면 끝이듯 너도 마찬가지.
믿을 수 없게도, 우리를 떠나서도 사랑 받았기 때문에.
미워해도 괜찮아. 나 하나쯤은, 미워하고 있어도 상관없어.
잊을 수 없으므로, 화해할 수도 없고
화해할 수 없으므로, 희미해지지도 않을 것.
시간이 지나면 사랑의 고통마저 무뎌지기 마련인데,
축구를 생각하는 마음이란 건 이렇게나 융통성이 없다.
그 자리에서 우리를 상대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아직도 고통스럽다는 걸 다시 알았다.
아직도 고통스럽고, 아직도 원망하며,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고,
그래서 아직도 화를 내고 소리치고 싶다는 걸.
어째서 이다지도 고통은 오랫동안 생생한 것일까.
이제 그만 잊어도 좋을 텐데,
내 마음은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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