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9년 3월 31일, 길을 잃은 봄.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2009년 3월 31일, 길을 잃은 봄.

dancingufo 2009. 4. 1. 03:11



01.

어째서 때때로 무언가를 이렇게나 견디기가 힘든 것일까. 이것은 역시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인 것일까.


02.

떠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고 해서 내가 좀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겠지. 예전엔 내가 바라는 게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행복하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잘 몰랐을 뿐이야. 행복을 바라지 않는 건 절대로 아니었어.


03.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이 되셔서, 라는 것은 농담이지만. 놀리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야. 나는 정말 기뻐서 그랬는 걸. 주로 믿지 않거나 웃어 넘기지만 실은 정말로 마음이 두근두근거렸어. 그리고 생각하기를. 참 힘든 시간도 많았는데. 매번 무너지는 것 같던 사람이, 실은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아서, 어느 새 여기까지 와있구나- 라는 마음. 사실은 꽤 강한 사람이라는 걸 뒤늦게야 느꼈지. 이제는 조금 믿음이 생기는 것도 같아. 이 와중에도 웃으면서 얘기하는 것을 보며 느낀다. 이제는 그래, 괜찮겠지. 너는, 괜찮을 거야.


04.

꼭 당신이 속물이라거나 너그러움이 부족하다거나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성품이라서가 아니라는 건 알아. 그런 생각과 그런 말이, 그런 행동이 나 보기엔 분명히 옳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겠지. 자라는 동안 결핍이 없었다면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래도 역시, 그건 분명히 인품의 허점이야. 그러니까 그다지 괜찮은 사람은 아니라고. 당신은 그런 사람이라고.


05.

4월이다. 여전히 길을 잃은 봄. 여름이 더 먼저 도착할까 조금 무섭다. 어서 따뜻하고 졸린 봄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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