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1년 3월 14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11.01 ~ 2011.12

2011년 3월 14일,

dancingufo 2011. 3. 15. 01:13

굳이 시간을 내서 들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마음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머쓱하거나 귀찮거나 꼭 그리 하지 않아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쯤 들러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그 한 번을 못하는 게 사람이다.
원래 사람들은 우리 한 번 봐야지, 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만나지 않게 되는 법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오늘 감동받았다.
만약에 그 손에 사탕이라도 들려 있었다면 오히려 조금 덜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굳이 화이트데이, 라고 말한 것이 그렇고 그런 뜻이리라 생각할 것이고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정말 그냥 시간을 내서 들렀고,
어디를 가는 길이든 내가 있는 곳을 지나쳐 갈 일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더더욱.
내가 언제 시간이 나는지를 알고서 그 시간에 맞춰 왔으니까 또 더더욱.

때문에 나는 다정함 같은 걸 의심하는 것이다.
백 번쯤 말을 하는 동안 한두 번 밖에는 대답하지 않는 사람.
다정함이라곤 손톱 만치도 없어, 천성이 그런 거라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운한 적도 참 많았는데.

정말로 오려나, 라고 생각하는 나를 비웃듯이 
그렇게 훌쩍 문을 열고 나타나,

너는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냥 고개만 내밀고는 가버릴 줄 알았더니.

반가운 마음에 손을 꼭 잡고 있노라니,
어색해서 몇 번을 내려다 보다가도,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 해서든 놓고 말았을 손을,
이제는 그냥 맞잡은 채로 서있어,

애정을 숨기지 않는 것은 나의 좋은 습관이다. 
만약에 내가 너를 가장 많이 좋아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너도 끝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러니까 난 우리가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선 추파춥스라도 하나 사왔어야 하지 않냐고 타박을 놓지만,
나는 굳이 시간을 내 이곳까지 찾아오는 그 마음만으로도 좋아.

실은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한 것이다.
내가 입으라는 옷을 입고,
내가 오라고 한 날에,
내가 오라고 한 시간에 맞춰서,
내가 보고 싶어하던 얼굴이 나타난 날.

그것으로 된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즐겁게 해주는데, 사탕 같은 것쯤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해서 뭐가 대수란 말인가.
난 그냥 우리가 계속 이렇게 웃으면서 관계를 지속시켜 나가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꼭, 다음에도 또 보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