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12년 7월 18일, 날씨 비 본문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고 했다. 남쪽에서부터 태풍이 올라오는 중이고, 그렇게 밤이 되면 폭우가 쏟아질 거라고. 그러니까 아침부터 내내, 결코 그 비속을 헤치고 나가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어차피 태풍을 헤치고 약속 장소까지 나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꼭 그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해야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세수도 하지 않고, 금방 자다 일어난 것 같은 얼굴로 하고선 방 안을 뒹굴다가. 문득,
'7월 18일이면 좋겠어요.'
라고 답장을 보냈던 게 떠올랐다.
'수요일이 아니면 다른 날은 힘들어요. 그리고, 장소는 선택하란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종로쪽이 좋겠네요.'
라고 덧붙였던 것도.
그러니까 약속의 시간과 장소를 모두 내가 정했다는 사실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열심히 의사 표현을 하고선. 사전 예고도 없이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는다는 게 좀 멋쩍게 느껴졌다. 나는, 어쨌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제 멋대로 약속을 취소해버리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겨왔으니까.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머리를 감았다. 세수도 하고. 화장도 하고.
다행히 종로까지 가는 동안에는 보슬비만 내렸다.
10명 중 6명이 올 거라고 했지만, 5명이 왔다. 그 중에 시간을 맞춰 온 건 둘뿐이었다. 그런 둘을 데리고 모임을 주최한 쪽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쭈삣. 쭈삣.
역시,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건 어려웠다.
"다른 데도 연재 같은 거 많이 해보셨죠?"
"네, 뭐. 많이는 아니지만요."
그러니까, 테가 났다고 했다. 아, 이 사람은 많이 써본 사람이구나. 칭찬의 뜻도, 비난의 뜻도 아니란 걸 아는데 괜스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새, 글쓰기가, 습관 같아진 걸까?
서투르고 따뜻한 글. 그런 글이 생각났다. 술술 읽히지 않아도 좋은 글. 진심을 다해서 써내려 간 글. 문득,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글을 쓴 것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났다. 그런 적이 있기는 했던가. 글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걸 안 적은 있었던가.
두 시간 삼십분의 이야기. 그리고 건물을 나오면, 우산을 받치고 걷는 것도 힘들 만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비를 뚫고, 낯선 버스 정류장을 찾아, 낯선 번호의 버스를 타고, 낯선 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여겼던가 하는 것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