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Before sunrise/달콤한 수다 (2)
청춘
2007년 3월 4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창한 봄날의 개막전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잔뜩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비가 내림으로 해서 경기를 보는 데 따르는 불편은 커졌다. 우산을 접어든 채 버스를 타는 일은 개운치 않았고, 경기장에 들어선 후에는 비를 피하고 싶은 기분에 개막전의 설렘을 마음껏 누릴 수가 없었다. 사실 대전의 홈경기를 좋아하는 나는 빅 버드(big bird,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애칭)보다 좀 더 따뜻한 퍼플 아레나(purple arena, 대전 월드컵 경기장의 애칭)의 공기에 길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 빅 버드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듯했다. 3월이라고는 하지만 봄이라는 말이 너무나 무색했다. 그리고 봄이 오지 않았으므로..
지난 시즌 대전 시티즌은 전기 리그에서 3위, 컵대회에서 4위라는 비교적 훌륭한 성적을 내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컵대회가 끝날 무렵 이관우의 이적이 선수단의 분위기를 흔들었고, 후기 리그가 시작될 무렵에는 주전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지는 타격을 입었다. 전기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배기종과 김용태가 후기 리그 때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 역시 대전 시티즌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대전 시티즌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2006 시즌을 쓸쓸하게 마감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아픔이 이번 시즌에도 반복되리란 법은 없다. 비록 이관우와 배기종이라는 두 스타 선수를 잃었지만 대전 시티즌을 지탱하고 있는 최은성, 주승진, 강정훈과 같은 노장 선수들은 여전히 건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