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198)
청춘
01.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잡음이 많다. 이쪽에서는 계속 저쪽 탓을 하고 있지만, 잡음이란 한쪽만 잘못해서는 쉬이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성향이나 기질의 문제이므로 중간에 선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는 식으로 판단을 해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근 8년을 함께 일했으니 심정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마음을 모르는 것 또한 아니지만. 지금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는 건 꼭 한쪽만은 아닌 것 같다. 서운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허전하시겠구나-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엔 원해서 그만두는 것일 테니. 이쪽에서는, 떠나는 사람에겐 예의를 다 하고 새로 올 사람과는 그냥 마음 맞춰 남은 일들을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시끄럽지만 그냥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하는 쪽..
꿈에서, 오랜만이다. 이것은 벌써 십년째 계속되는 꿈이다. 처음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음에 사나흘에 한 번쯤, 그러다 한두 달에 한 번씩이던 것이, 더는 몇 달에 한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더니. 이번엔 일년도 더 된 일 같다. 그래서 잊고도 살던 기억이, 다시 꿈에서 오랜만이다. 그래, 너는 잘 살고 있니?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그립다 해도 거짓말이다. 네가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 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대체 무엇이 이 기억을 이토록 모질게 살아남도록 하는 것일까.
01.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 선풍기 하나 틀지 않은 방이건만, 창문을 열어두니 한기가 느껴진다. 어릴 땐 추위를 모르고 살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한여름에도 툭하면 춥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늘 한기를 느껴서 작은 담요를 둘둘 감고 앉아 있기도 한다. 에어콘 없이 못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나는 지하철 안도 사무실 안도 추워서 탈이다. 오후 한 시, 쨍쨍한 태양 아래서 십오 분 길을 걸어 사무실에 도착하면 목 뒤가 땀으로 끈적거리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더위가 끔찍하지는 않다. 갈수록 여름이 더워진다고들 하니 어릴 때보다 더위가 덜 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체질이 좀 달라진 모양이다. 사주오행에 불이 많아 온 몸이 불덩어리라는데, 그래서 낮에는 내내 비실거리다가 해가..
우리가 참 많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대통령님.
01. 넷북을 샀다. 10인치짜리 핑크색 넷북이다. 이름을 '스위티진'으로 할지 '유짱'으로 할지 고민했는데 막상 물건을 받고 나니 '스패니쉬'와 어울리겠다 싶다. 02. 사장 이름이 바뀔 거란 말에 내가 회사를 그만두나 싶었는데, 정작 그만두는 건 사장이고 대신 새 사장이 온다. 업무 내용에 다소 변화가 있을 테니 그것도 스트레스긴 하지만, 무엇보다 새 사장이 꽤 깐깐한 타입이라 웬만한 것은 내 뜻대로 처리하는 나와 잘 맞을지 의문이다. 이래저래 마음 상한 적 많았어도, 기존의 사장은 스케일이 큰 편이라 제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사소한 건 대부분 넘어가 주었는데 말이다. 10년 넘게 일군 회사, 다른 사람 손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심정이 어떨까 싶어 괜히 같이 기분이 저조하다. 이 기분을 치고 일어..
어느덧 6재도 지났다. 웃고 있는 얼굴, 짓궂은 표정, 장난스런 행동들을 보면서 가끔은 웃는다. 그러다 문득, 당신이 '죽었다'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피붙이의 죽음도 이렇게 안 믿기진 않았는데, 어쩌자고 이 죽음은 이토록 영영 꿈만 같은지. 늦봄이 지나고 이제는 여름이다. 거리를 빼곡히 메우고 엉엉 소리내 울던 사람들도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나흘 후면 49재가 치러진다. 그러니 이제 그만 '안녕히 가세요.' 말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나는 그 말을 못하고 '가지 마세요.'라는 말을 되뇌고 있다. 마지막까지 나는 이렇게나 이기적이다.
어린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 했다. 수표를 만들 때도, 백성들이 측정치를 보고 홍수나 가뭄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던가. 이집트에서는 나일로미터를 만들 때 권력층만 이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똑같은 발명품이라 해도 하나는 백성들의 생활을 돕고자 했고, 하나는 권력층의 힘을 강화하는 데 사용했을 뿐이다. 훌륭한 지도자란, 백성을 위하고 사랑하는 동시에 어린 백성을 깨우치기도 해야 한다. 이 시대에는 국민이 왕이라지만, 왕이라고 해도 모든 국민이 눈을 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눈을 감고 살고 있다면, 그를 깨워 진실을 보도록 하는 것 또한 지도자가 할 일 아닌가. 사람들은 유시민을 두고, 거만하다고 말하고 삐딱하다고 말하지만 저자로서의 유시민은 한없이 친절하다. 정치와 경제와 역사를..
사람은 저마다의 즐거움으로 살아야 한다. 유흥을 즐기면서 살자는 뜻이 아니다. 때론 몸이 아프고 힘들고 그래서 고되더라도 살아있길 잘했다, 하는 단 맛 같은 것을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무의미한 하루하루가 모이면 무의미한 인생이 되고 만다. 잘 알면서도 아직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도 이것이 혹시 도피가 아닐까 두려운 이유이다. 어쩌면 조금 더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안빈낙도의 삶인 양 착각할까봐 나는 내가 무섭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건 쉬워도 나를 속이는 것은 어렵다. 그렇게 착각으로 살다가는 오래지 않아 나를 미워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하루, 를 생각으로 보내지만 그 다음 하루, 는 잊힘으로 보낸다. 신념을 지키면서 사는 이들이 훌륭한 것은 그들이..
유시민을 생각한다.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던 날이다. 그가 가는 마지막 길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숨막히는 더위와 쟁쟁한 햇볕이 사정없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쓰러지는 5월의 오후. 그 속에서 검은 정장 차림의 한 중년 남자가 맨바닥의 계단턱에 주저앉는다. 또 누군가 탈진했구나, 생각하며 돌아보면 낯설고도 익숙한 그 얼굴은 다름아닌 유시민이다. 유시민. 친노파의 핵심. 노무현을 사랑했고, 노무현으로부터 사랑받은 남자. 언제 어디서나 노무현의 편이었고,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서 정치판에 뛰어든 노무현 지킴이. 그런 그가 노무현을 잃고 거리에 주저앉아 있다. 유시민을 발견한 사람들이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생수를..
비가 내린다. 불면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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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시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때로는 사무친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종종걸음으로 앞만 보고 달린다. 하지만 정말, 내가 그래도 되는 것일까? 나는 한 번도 내가,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특별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르다는 것일 뿐이다. 나는 다르게 태어났다. 그리고 다른 세기를 산다. 나는 비등점이 낮은 인간이다. 그것은 그저 분노를 다스릴 줄 모르는 이유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 점에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진심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에는 늘 의심스러운 데가 있다. 비가 오고 우울해질 것이다. 버스를 탈지..
읽어야 할 것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다. 시간이 없다, 라는 핑계를 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니까! 하드 커버인데다 천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과 는 도저히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없어서, 몇박 며칠 휴가라도 떨어지면 그 때 읽기로 하고 마음의 부담은 아예 덜어버렸다. 그렇지만 는 어쩔 것이며 는 어쩔 것인가. 하지만 그보다도 , , 이 먼저이고, 이들을 차례대로 다 읽는다 해도 그 다음엔 노통과 관련된 책들도 마냥 미룰 수는 없지 않을까. 그 다음에야 와 , , 을 읽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다음쯤 되면 아무리 읽기 싫어도 과 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쯤되면 '읽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책이나 구입한 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은 대부분 해결이 될..
내가 뭘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 생각을 하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면 때로는 지쳐서 때로는 외면하고 싶어서 그냥 눈을 감는다. 요즘은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같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그 본질과 궁극적인 방향이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사람에게는 가야할 길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탄탄대로를 달렸는가, 얼마나 빠르게 달렸는가, 그런 것들과 무관하게 그냥 말없이라도 가야하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갈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조금은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다. 숨거나 도망치지 않을 수 있도록 용기를 내고 싶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난 이제 울지 않기로 했다. 슬퍼져도 슬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다보면 괜찮아지겠지. 그냥, 이 자리에 있을 거야. 전력질주하는 것엔 지쳐버렸으니까.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난 그냥 눈을 감고 귀도 막고, 그리고 침묵을 지키기로 했어.
모르지는 않는다. 잊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롭게 기대할 수 있는 건, 마음 때문이다. 어리석기 때문도 아니고 눈치를 채지 못했기 때문도 아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실은 진실이라고 부를 만한 것조차 없다는 걸. 그런데도 이렇게 매번 새롭게, 아무것도 겪어본 적 없다는 듯이, 다시 웃고 다시 심장이 뛰고 다시 생각을 하는 것은 나에게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마음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더 많이 응원할 뿐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아는 방법 대로 행복해지도록 하자.
오랜만에, 요즘. 1. 요즘 관심 있는 것. 아마, 유시민. 2. 요즘 얼굴 상태. 애처럼 입어도 더는 애가 아니다. 3. 요즘 기분. 일주일이 열흘처럼 지겨운데, 일주일이 사흘처럼 빠듯한 기분. 4. 요즘 하고 있는 것. (진심으로) 공부. 그리고 조금 더 즐겁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 5. 요즘 하고 싶은 것. 이탈리아 여행. 6. 요즘 좋은 것.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7. 요즘 싫은 것. keyboard warrior. 얘들을 진심으로 싫어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8. 요즘 좋아하는 노래. KAT-TUN의 새 앨범. 생각 외로 꽤 좋다. 그리고 Epiton project. 꽤 오래 전부터 제이슨 므라즈! 9. 요즘 자주 가는 곳. 회사? 10. 요즘 가고 싶은 곳. 진심으로, 이탈리아. 11..
어제 새벽, 을 끝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긴 이야기는 리뷰를 쓸 때 함께. 일단 짧은 이야기만 하자면 예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되어 기쁘다. 김규항은, 가끔 나로 하여금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이다. 특별히 김규항이란 이름 앞에서 가슴이 설레는 건 아니지만, 저런 삶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내 삶이 그 삶과 조금 더 닮아있길 바라게 된다. 이런 건 참, 부끄러운 마음이다. 그리고, 다. 이제 고작 70page. 성급하게 말할 것은 아니나, 이 책의 어떤 내용은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대체로는 내가 이 책에 담긴 이야기에 동의하게 되리라는 것도. 여담이지만, 책 앞표지의 날개에 있는 저자의 사진이 마음에 든다. 항소 이유서를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