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198)
청춘
왜 자꾸 저한테 주위를 둘러보라고 하세요? 제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바람 소리만 들리는 곳인 걸요.
[미남이세요.] [요즘은 그런 말을 자주 못 들어서, 그런 말 들으면 민망해요.] [하지만, 민망한 것 같지 않으신데요?] 그래서 습관처럼 머리를 넘기시며 웃는 웃음. [이삼십대 여성들이 진짜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게, 왜 그런 것 같아요?] [음, 디자인이 좋아서?] 그래서 잠깐 하하, 웃는 웃음. [해찬 밥솥은 디자인이 안 좋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그제야 크게 웃으신다. 하하하. 하하하. [강연은 정말 재밌었어요.] [그래요?] [네, 눈 한 번 감았다 뜨니가 한 시간이 지났던데요.] 그래서 넉넉한 웃음. [추천하신 책들을 읽어야 하니까, 이건 하드 트레이닝이에요.] [그걸 다 읽을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마음이 안 그래요.] [아, 이번에 나올 책은 좀 재미있을 거예요.] [그러..
들려주신 말씀들, 참 많이 즐거웠고 또 많이 감사했습니다. 좋아하고 있고 또 무척 존경합니다. 말씀하시길, 그 분은 마냥 믿고 의지해도 좋은 지도자가 아니라 '이 분을 위해 나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지도자였다 하셨죠. 슬몃 그 동안의 수고와 피로가 느껴지는 고백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그 분을 향한 애정이 느껴져서 잠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알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마찬가지로, 역시 그러하신 분입니다. 믿고 좋아하고 존경하고 따르지만, 또 저를 고민하게 만드세요. 그저 먹고 사는 일로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십니다. 사생취의. 사리취의. 가르치지 않는다, 하셨고 실제로도 그저 말씀을 하신 것이지만 그 말씀에서 배우고 생각합니다. 무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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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다녀왔다. 몇년 내내 가고 싶었던 도시건만, 막상 가기로 한 날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기란 참으로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꼭 보고 싶었던 것들만 대충대충. 이상하게 난 불국사에 오면 이 다리들을 꼭 보고 싶었다. 청윤교와 백운교. 그리고 연화교와 칠보교. 이 사진 속의 다리는 연화교와 칠보교이다. 대웅전 앞 마당으로 가면 석가탑과 다보탑이 나란히 서있다. 사진 속의 탑은, 국보 제 21호인 불국사 삼층 석탑. 두 탑 중 서쪽에 있는 탑이다. 원래 이름은 '석가여래상주설법탑(釋迦如來常住設法塔)'인데, 흔히 줄여서 '석가탑'이라고 한다. 두 탑을 동서로 나란히 세운 까닭은 '현재의 부처'인 석가여래가 설법하는 것을 '과거의 부처'인 다보불(多寶佛)이 옆에서 옳..
을 읽었을 때를 기억한다. 처음으로 '흡입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책으로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럼에도 생각했다. 정말이지 도스토예프스키는 위대한 작가라고. 을 읽었을 때, 나는 누군가에게 아주 세게 린치를 당한 기분이었다. 처음과 끝이 완벽하게 들어맞았고 필요없는 문장 같은 건 단 한 문장도 없는 듯이 느껴졌다. 이것은 매우 위대한 작품이었고 또한 마르케스는 나에게 처음으로 '우아함'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과 를 읽었을 때, 나는 드디어 내가 진실로 내 마음을 다해 사랑할 소설을 만났다는 걸 알았다. 이것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였고 살아서 가장 나를 설레게 한 이야기였으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세상의 다른 모든 즐거움을 누리지 못해도 ..
비 내리는 낯선 도시.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어. 설사 이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해도 확실히 나는 비겁했다는 생각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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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래. 좋은 책. 그런데도 즐겁지 않은 저녁. 여행을 가야겠다. 조용하고 들뜨지 않는 여행.
01. 다음주 월요일부터 9일간 휴가를 받았다. 두 달 전에 휴가를 다녀오고선 또 무슨 휴가인가 싶겠지만, 어쨌든 다시 휴가다. 이것은 내가 이 회사에 다니는 동안 처음으로 받아본 제대로 된 긴 휴가. 사실 안 쉬게 해주면 죽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쉬라고 했으니 죽지 말고 살아남아야지. 회사에선 2주간의 휴가를 줬지만 그렇게 오래 쉬면 하고 있는 일을 못 끝내고 다음 일로 들어가게 될 것 같아 5일은 자진 반납했다. 반납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엄청 불편했는데, 스스로 '월요일부터 쉬겠습니다.'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이렇게나 나의 일에 대해 투철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니, 요즘은 나날이 나에 대해 새롭게 깨닫는 기분이다. 02. 어쨌든 그리하여 이번주까지는 피곤해도 참고 열심히 일하는 중..
의미없는 이야기들. 곧 잊힐 웃음들. 나는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어서 즐거운 걸까?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시간이 가네. 9월 13일. 실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분명히 실망하게 될 거야. 조금은 날 기특하게 여겨주기로 했거든.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나 한 사람뿐이니까. 일년에 일곱개씩 목표를 세우고, 그 중 세개씩을 달성해 나간다면 그도 나쁘지 않은 거잖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어. 그러니까, 힘내야지. 응? 힘내야지. 세상이 밝아오기 전에 하는 기도. 그런 것을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니 힘을 내서, 다시 달려오도록 해. 너무 늦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01. 을 읽고 있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너무나 재미있다! 정말로, 아주아주 재미있다. 책이란 참 근사한 존재이다. 어떻게 해서 글자들을 모아 이렇게까지 흥미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일까. 02. 문을 열고 나서니, 공기에서 초겨울 냄새가 났다. 덕분에 매우 기분이 좋아져서 피곤해 쓰러질 것 같은 몸을 하고서도 산책을 나가고 싶어졌다. 맨다리에 가을 바람이 와서 부딪히는 기분을 아는 사람, 손! 난 정말 이런 기분이 아주아주 좋다. 이런 기분을 느낄 때면 살아있는 게 참 좋고,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나 내가 하고 있는 이런 모습도 다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며칠 전까진 분명히 날이 서늘해졌다 해도 텁텁한 여름 냄새 밖에 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고작 이삼일 지나고 나니 이런 ..
오랜만에, 제이슨 므라즈. 이 사람은, 참 좋다. 자존심이 상한다니. 사람들의 자존심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이기에, 그토록 쉽게 상하는 걸까? 그렇게 쉽게 구겨지는 것도 진짜 자존심이 맞는 걸까? 생각보다 잘 해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기를. 힘을 내야지? 나도 마음으로 세 번 외칠게. good luck to you. good luck to you. good luck to you.
이제는 너를 봐도 웃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너를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졌다는 걸 알았다.
01. 오후부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다 싶더니, 결국 열이 나고 목이 아프다. 지난해는 1년 내내 아팠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했다. 신기하게 2008년 12월 말까지 아프고 2009년 1월부터 건강했단 말이다. 그래서 몸이 좀 살아나나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역시 환절기는 피해갈 수 없는 거였나. 원래 병원 가는 것 정말 싫어하지만, 이번에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병원을 가보아야겠다. 02. 요즘은 계속 G-dragon을 듣고 있다. 하브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처음엔 코리안 드림이 참 좋았고, 요즘은 소년이여도 참 좋고, 가십맨도 들을수록 좋다. 전체적으로 참 들을 만한 앨범인데 발매 전부터 표절 시비가 붙어서 좀 안타깝다. 표절을 했든 안 했든 권지용이니까 무조..
나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다시 또 마음이 아팠지. 때로는 고통이 실체로서 느껴져. 너무 쉽게 눈물이 고이곤 한단다. 이해시킬 수도 없고 애원할 수도 없어.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어쩌면 그 모든 것이 그리운 기분을 남길 수 있었을까. 나는 숨을 쉬고 거리를 걷고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해. 어떻게 그렇게나 많은 것들을 마음에 담은 걸까. 때로는 기도하듯이 중얼거리곤 하지. 아마 이 마음은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을 거야.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을이 온다. 나는 조금 더 평화롭게 걸어갈 수 있을 거야,
만약 내가 미래를 두려워 한다면, 현재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마르크스가 죽었다. 나는 끝까지 마르크스에게 반하지 않았지만(체 게바라에 비하면 마르크스는 얼마나 매력없는 남자인지!) 그래도 그의 죽음 때문에 조금 허탈한 마음이 되었다. 다음엔 마오쩌둥을 읽을 생각이었는데, 기분 전환을 위해서 위화의 다른 소설부터 한 편 읽어야겠다. 그나저나, 황찬성의 가방에서 알랭 드 보통의 이 나왔다. 말도 안 돼. 옥캣도 아니고, 김준수도 아니고, 이준호도 아니고, 하다 못해 장우영도 아니고 어떻게 황찬성의 가방에서 그런 게? 예고편을 보니 다음주엔 그걸 읽고 있는 황찬성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아, 정말 놀라울 뿐이지. 찬성이 너 그런 남자였니? 오후반 막내는 알랭 드 보통을 읽는 남자였어? 하긴, 그래도 바재범보다는 황찬성이 어울린다. 알랭 드 보통하고 가장 안 어울리는 이..
좋아하는 미덕은? 관용 남자에게서 좋아하는 미덕은? 행동할 수 있는 지성 여자에게서는? 자립심 당신의 주요한 특징은? 변덕스러움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 당신이 가장 혐오하는 결점은? 무례함 당신이 가장 쉽게 용서하는 결점은? 거만함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꿈에 가까이 가는 것 당신이 생각하는 불행은? 고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는? 신경숙 당신이 좋아하는 경구는? 의심하지 않는 신념은 신념이 아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색깔은? 빨강 당신이 좋아하는 이름은? 제이
만약 네가 즐겁지 않다면, 너는 왜 그 일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