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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아직도 심장이 뛴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여전히 대전 시티즌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이 선수들이 나의 선수들이라는 것. 우리는 웃고 박수치고 즐거워하고, 그리고 조금 감동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상이 변해서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다.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면 대상이 변해도 사랑은 그대로다. 그러니까 그런 건 전부 다 변명이란 말이다. 장하고 고맙고 즐겁다, 고창현. 예뻐하고 있는 권집. 그리고 너무, 너무, 너무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박성호. 여전히, 변함없이, 우리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최은성. 다음 일요일엔 기차를 탈게. 이번엔 퍼플 아레나에서 만나자.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살아서, 이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열심히 걸어야겠지요.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사실 가슴으로도 알고는 있었는데, 바라는 것이 달라서 이해하지 못한 척, 계속해서 모르는 척 그랬던 것뿐이야. 만약에 내가 무심코 이름을 부르더라도 뭐 어떠니. 그런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야. 자, 한 달이라고 생각했어. 어쩌면 두 달. 어쩌면 석 달. 어쨌든 멀지 않은 일이야. 나는 나중엔 분명히 내가, 100퍼센트 분명히 내가, 후회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래, 그렇다 해도 그건 또 뭐 어떠니. 나는 편안해지고 싶어. 나는 무가치한 고통과는 함께 하지 않을 거야. 꿈을 향해 걷는 사람들. 다들 이렇게 열심히 걸어서 결국 어떤 자리를 향해 가려는 것일까. 만약에 내가 꿈을 향해 걷는 걸 멈추었다면 나의 삶도 가치가 없는 것일까. 기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열정일까...
마르크스 평전을 읽고 있다. 읽던 책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일을 할 때면, 이걸 계속 이어서 읽지 못하는 게 속이 상해서 회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아서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시간도 아깝고 그렇다. 그러고선 야생토끼나 즐겨 보고 있으니 이것은 우스운 발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조금은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어쩐 일인지 웃음이 났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모든 것이 확실하고 분명해지기를 바라왔는지. 나는 처음으로 자신이 생겼다. 마음은 아직도 달라지지 못하고 한사코 가던 길을 가겠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그런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여기서 꾸욱 점을 찍을 자신이 생긴 것이다. 그래, 나는 다행이야. 더는 나를 창피하게 여길 일이 없겠지. 걸어갈 힘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원망할 수 없다는 것, 내 잘못이라는 것, 아직도 내가 어리석은 탓이라는 것, 그런데 잊어버리거나 지워버리거나 없던 일처럼 굴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난 이제 울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는 것이다.
잊어버리면 괜찮고, 생각하면 괴로워진다고 한다. 그러면 잊으면 되는 것인데 굳이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A는 버림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이 정말로 A의 믿음인지 아니면 그저 A의 바람일 뿐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하지?
부질없어. 사는 건 그렇고 그런 거지. 그래서 될 대로 되라는 나에게, 낯선 목소리의 네가. 너의 뿌리. 너의 겸손한 마음. 너의 마지막 하루.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부질 없을 리 없어. 사는 건 저마다 하기 나름인 거야. 여기서 그만두면 아무것도 안 되겠지. 힘을 줘서 고맙다. 이쯤에서 보이는 넌 제법 강한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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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포스터를 보자마자 신청서를 쓰고 다음날 오후에 입금을 했다. 전체 강좌를 듣고 싶긴 했지만 평일 오후 7시는 내가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 그러니 어떤 강좌도 수강해선 안 되는 게 맞는 일이건만, 앞뒤 생각도 안 해보고 마지막 강좌는 그냥 신청을 했다. 선착순 200명이라니, 그 안에 못 든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만약 들게 된다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접수가 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그러니까 9월 마지막주 화요일, 나는 회사를 갈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여의도에서 좋아하는 사람의 강연을 들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고등학생 때 야간 자율 빼먹듯 회사도 빼먹는 내가 한심하지만. 어쩌겠는가. 보고 싶은 것은 보면서 살아야 한다. 보고 싶은 걸 못 보면서 사는 ..
바람 한 점 안 부는 그 자리를 원망한다. 그렇지만 나 역시도 막다른 골목 앞에서 나 하나만 걱정한 것. 인간은 늘 결정적인 순간에 등을 돌리는 법이다. 나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변명이 많구나. 이것은 모두 다 이기적인 투정. 하지만 그 말만은 거짓이 아니었다. 두려웠던 것이다. 도저히 다음 발은 내딛을 수 없을 만큼. 나는 그때 겁에 질려 있었던 것이다.
행복하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엇으로부터든 가능한 것이라면 이것으로부터 역시 가능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난 후엔 미련이 남아서 울게 될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다른 길을 갔다면 행복했을 거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생각 만큼 정확한 답은 없다. 마음 만큼 정하기 쉬운 것도 없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 그 돈은 내 노동과 바꾼 돈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마음이, 좀 그렇고 그러다. 나는 나를 참 많이 좋아한다. 나의 노동이 매우 소중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을, 살아가기 위해서 시장에 내다파는 것이 그렇고 그렇다는 뜻이다. 슬픈 건 아닌데, 뭐 좀 그렇다. 아픈 것도 아니지만, 그래. 뭐 그렇다고. 일이 많아지고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정신이 없고 하루종일 쫓긴다. 요즘은 느긋하게 앉아서 책 읽을 시간도 없다. 이러고 있다보면 이게 다 뭔가 싶다. 시간이 없다는 건 다 변명이라고? 그래, 뭐 변명이라고 치자. 나는 요즘 너무 시간이 없다.
01. 사람들이 말이 많다. 마녀 사냥이 시작될 거라는 건, 어차피 알고 있지 않았던가. 마음을 굳게 먹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02. 맨유와의 경기를 보다가, 문득 화가 나서 TV를 꺼버렸다. 합법적인 절차라는 건 안다. 악법도 법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김은중은 뛰고 싶은 욕망이 있는 선수다. 벤치에 묶어두고 제대로 출전도 시키지 않았으면서, 다른 곳에 가서라도 뛰고자 하는 그 열망을 꼭 그렇게 짓밟아야만 하는가. 팀이 싫어서일 리가 없다. 어떤 선수가 그 팀이 싫다고 하겠는가. 그저 뛸 수 없는 상황이 싫었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뛰게 해줄 수 없다면, 대의적인 차원에서 놓아주길 바랐지만. 어떻게 나는 그 상대에게 그런 어리석은 바람을 가질 수 있었는지. K리그에 김은중이 없다. 그래서 이..
사는 것은 참 외로운 일이다. 이럴 땐 어디에서 위로를 얻어야 하나-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없어 서글퍼진다. 결국 내가 나를 달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는 대로 행하기엔 내가 너무 어리다. 언제쯤이면, 이런 마음을 오랜 친구 대하듯 토닥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걸어갈 수 있게 될까. 어리석은 생각이란 걸 알지만, 마음을 의지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휴가 마지막 날, 집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그러면 괜히 대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면서 하루를 보낼 것 같아 집을 나섰다. J는 다섯시에나 도착할 수 있다기에 2시쯤 먼저 집을 나와 홍대에는 3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언젠가 J를 따라간 적이 있는 북까페 L.E.A. 평일 오후라 까페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것은 야외에서 본 모습.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1층은 이런 모습이다. 야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안쪽은 거의 비어 있었다. 사실 예전엔 J를 따라갔던 곳이라, 이번에 혼자 찾아가는 데는 약간 애를 먹었다. 놀이터를 거슬러 내려가 왼쪽 골목으로 빠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까페를 찾고 보니 내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다른 곳에 있었다. 만약 놀이터 앞에서 인근 지..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게까지 하겠나, 싶던 것을 실제로 다 그렇게까지 하니 한숨이 나온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만에 광장에 들어가니 그곳도 이런저런 문제로 소란스럽다. 괜히 어떤 일에도 집중이 되지 않아, 경북대에서 미디어법 관련 강의를 하셨던 것을 다시 보았다. 그 명쾌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조금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명경지수. 맑기만 한 거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그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요즘은 을 읽고 있는데, 옥중에서 안희정이 느꼈을 것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안희정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는 알지만, 그럼에도 이렇게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안희정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
여름. 그리고 해가 저무는 시간. 혼자 앉은 나의 곁으로, 바람이 분다. 이것은 마냥 부드럽기만 한 작은 바람이 아니라, 큰 나무의 나뭇잎들이 다 같이 소리를 내면서 흔들릴 만큼의 큰 바람이다. 나무 지붕 아래서 책을 읽다가 바람 소리에 눈을 들어 세상을 본다. 잠자리가 많다. 그러고 보니 코스모스도 있고 해바라기도 있다. 마음을 먹는다면야 먹고 사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울까, 생각한다. 나는 젊고 나 하나쯤 먹여 살릴 힘 정도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사는 일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먹고 사는 일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는 안 되겠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것으로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처음부터 마음은 한사코 한 방향만 보았다. 이미 그 길로 들어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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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옷을 넣을 곳이 마땅치 않아 옷장을 하나 더 사야겠다, 생각하니 방 크기에 비해 침대가 너무 커 옷장을 넣으려면 침대를 빼야겠다. 하지만 바닥에서 자는 건 몸이 익숙지 않아, 이 침대를 빼는 대신 싱글 침대를 하나 살까 생각하니 패드와 이불도 작은 것으로 바꿔야 한다. 결국 옷장 하나 사려던 것이 일이 커져서 이걸 다 하려면 예상보다 돈이 너무 깨지겠구나- 싶어 그럼에도 큰 마음 먹고 이걸 다 바꿀 것인지, 아니면 마땅치 않은 대로 몇 달 더 버틸 것인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