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9.01 ~ 2009.12 (198)
청춘
01. 갑자기 얼굴에 열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루이틀만에 턱선을 따라 트러블이 줄을 이어 생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지금처럼 온 얼굴에 열꽃이 피었던 때가 있었다. 놀란 마음에 병원을 찾았더니, 속의 열이 얼굴로 올라온 탓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빨리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피부로 별로 고민 안 해보고 살아서 그런가. 몇 개만 솟아올라도 거울을 보면 그 부분만 확대되어 보인다. 결국 이 얼굴로 밖에 나가는 게 싫어져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즐겁지 않은 출근길인데, 피부까지 이렇게 속을 섞여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02. 괜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해도 도리는 없다. 그저,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게 있을 뿐이다. 부디 이 모든 것들을 너무 많이..
고등학교 시절, 정신분석과 관계된 책을 무작정 빌려다 읽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프로이트니 융이니 하는 그런 사람들이 쓴 책들 말이다.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책들은 내가 이해하기엔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도 나는 그 읽기를 그만두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 있는 프로이트의 모든 책들을 다 빌려보았다.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글자를 읽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책들이 나름대로 재밌다고 생각했다. 누가 나에게 읽으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나 스스로 어떤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나름대로 재미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읽은 것이었다. 진심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를 읽고 있자니 문득..
01. 유시민의 정치적 행보가, 빨라지고 많아졌다. 내달이면, 다음주면, 내일이면, 또 어떤 기사가 터질지- 또 어떤 얘기를 하실지- 기대가 된다기보다는, 걱정이 된다. 나는 왜 이 사람을 걱정하게 되었을까? 그래.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대체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유시민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모든 게 달라질 거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믿는 걸까? 아니, 난 그저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어떻게서든 그 자리에 올려놓고 싶은 것뿐일까. 하지만 말이다. 그걸 바라고 있으면서도, 거기까지 가는 동안 유시민이 듣고 보고 겪어야 할 일들이, 걸어가야 할 그 길들이 너무나 만만치 않게 느껴져서, 그래서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나는, 이 사..
시간이 이렇게 가는 것도 무섭고, 내가 영영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봐 무섭고, 이대로 너를 잃을까봐 무섭고, 실은 내가 그저 그런 인간일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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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 though we have lost one often biggest parts of our lives... Jay... wherever you are.. know that we couldn't have gotten this far without you.. we always hope that you are well and healthy.. and we're always missing you.. hoping one day was can all sit down and laugh at what had happened in our lives... until then, WE WILL make you PROUD.
01. 힘이 없고 무기력했다. 가끔 소리를 내 웃었지만 즐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야, 역시 이것은 괴로움의 자리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나는 혼자 웃었다.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 체 한 것뿐이다. 결국엔 내가 나 자신을 속이는 일. 하지만 정말로 어쩔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는 정말, 이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는 없었다. 02. 그래, 더는 그렇게 하지 말자. 이렇게 말을 하니 나는 좀 슬프다. 하지만 이젠 정말 그렇게 하기로 해. 그래서 내가 마음이 아프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03. 나는, 아름다운 라일라가 타리크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 그들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함께 있어주길 바랐다. 그런데 라일라가 라시드의 집으로 가다니. 그래서 마리암을 슬프게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마음을 놓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도무지 놓아지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놓으라는 말일까. 편한 마음으로 사는 방법 따윈, 정말로 모르겠다. 방법은 알려주지 않으면서 그건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니- 나로서는 그저 막막할 뿐이다.
해야할 일을 계속해서 미루는 사람은 매력이 없다.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만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말을 여러번 하게끔 만드는 사람은 싫다. 여러번 이야기할 때까지 못 알아듣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피해를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거나 소중히 여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실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난 정말 돈이나 안정된 삶,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성공 따위에 관심이 없는 걸까. 만약에 그렇다면 어째서 사는 일이 이렇게 두려운 것일까. 결국 나란 인간도 별거 없구나.
창밖을 바라보니, 은행잎이 샛노랗다. 중국에 있을 때, 그곳의 가을은 무척이나 푸르기만 해서 빨갛고 노란 이곳의 가을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 가을을 지낼 때마다 빨갛고 노란 나뭇잎의 색들을 꼭꼭 눈에 잘 담아두게 되었다. 피고 지는 꽃. 만연했다 후두둑 떨어지는 잎. 늘 곁에 있어도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산다. 그럼에도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쩌자고 이토록 무감하게 구는 것일까.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미용실에 가야겠다. 외장 하드를 구입하고, 수분 크림을 사야지. 그리고 오십번째 장면을 생각하고, 를 마저 다 읽고, 그리고 그 후에도 시간이 남으면. 만약에 시간이 남고, 그 시간에 생각이 나고, 그 생각에 결심이 서면.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나 없으면 못 산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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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우스운 이야기지만, 를 읽다가 마지막에 울컥- 했다. 그러니까 조금 눈물이 났다고. 유시민은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원하기만 했다면 조금 더 영악한 태도로 조금 더 쉽게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노통이 우직한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이 원한다 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었을 거란 느낌이 드는 것과 비교할 때 유시민은 노통과는 다른 느낌의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유시민이,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은 스스로 원하지 않은 탓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 만큼이나- 그가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우리 나이로 51세. 그런데도 이 남자는 아직도 '설렘'이나 '향기'를 운운하며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한다. 그 길이 한없이 어려울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 설렘이 있기 때문에 그 길을 걷겠다는 ..
불쑥, 생각이 났다. 그저 편의점 앞에 세워진 승용차를 보았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요즘 슬프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그래서 울고 싶은 기분도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가끔 생각을 한다. 더는 바라는 것도 없어졌다는 것은, 그 생각 끝에서야 깨닫는다.
하루키는 늘 끝부분이 약하다. 일을 저질러놓고 수습을 잘못한다는느낌? 그래서 이번에도 끝이 깎아먹었다. 2/3까진 참으로 좋았는데. 지난 토요일부터는 . 몰랐는데 난 여행기를 재밌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게, 내가 하루키의 책중에서 가장 좋아한 것도 아니던가. 그런데 어째서 난 내가 여행기를 좋아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거지?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있다. '유랑'을 돌아다니다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누구는 대학을 휴학하고 1년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달짜리 세계여행을 가고 누구는 프라도에서 만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보고 감동을 받아 미술사를 배우기로 마음 먹는다. 사람들이 참 많이 떠나고 있고 그리고 여행이 모든 것을 뒤집어놓는 것은 아니지만 ..
자, 다시 한 번. 만약 나에게 상상력이 없다면 나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나에게 두려움이 없다면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큰 것을 위해서는 작은 것을 희생할 것. 내일의 성공을 위하여 오늘은 실패할 것. 생각하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절대로 잊을 수 없게끔 계속해서 생각하자. 내가 정말로 바라는 내 모습은 어떤 것인지.
갓 자정이 넘었다. 어쩐지 졸려서 빨리 잘까 했는데, 3시에 레알 경기가 있다. 그냥 포기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라울이 레알에서 선발 선수로 뛸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길면 2년? 짧으면... 글쎄. 그러니까 봐야지. 이 선수가 은퇴란 걸 하고 나면 나는 엉엉 소리내 울고 싶을 만큼 아쉬움을 느낄 테니까. 스페인 관련 책들은 차곡차곡 장바구니에 담았다. 당장 스페인으로 떠날 수 없다면 스페인에 대해 읽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때 떠나면 된다. 억울할 건 없는 것이다. 무도에 재범이가 나왔다. 시애틀에도 보내드릴게요... 라는 자막에, 태호피디는 참- 이라고 잠깐. 뭐랄까, 기분이 좀 그렇다. 그렇게 간 이후엔 박재범을 봐도, 박재범이 없는 투펨을 봐도 조금도 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