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8mile 본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렇지만 에미넴 역은 누가 한다죠?"
8마일의 제작 소식을 듣고 러셀 크로가 제작자 커티스 핸슨에게 보냈다는 메세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가장 간단한 방법, 바로 에미넴이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에미넴, 이라고 발음할 때의 느낌이 좋다. 이 이름을 발음할 때마다 나는 이 사람의 '바라보는 눈'이 떠오른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그의 독설들이 아니다. 에미넴, 하면 연상되는 첫번째 것은, 두 손을 깍지끼고 앉아서 정면을 응시하는 에미넴의 눈동자.
사실 에미넴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봤을 뿐인데 나는 어쩐지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미넴의 눈은 순수하지만, 서럽고, 슬프지만, 무미건조하다. 곧 총을 들고 분노에 휩싸일 것 같다가도, 금방 어린 여자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 곁에서 조용히 잠들 것 같다. 바라보는 에미넴의 눈은 그런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8마일은 괜찮은 영화다. 나름대로 탄탄하게, 규칙을 지키면서도 변주를 꾀하는, 8마일은 재미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80%는 에미넴의 몫이며 나머지 20%도 사실 에미넴의 노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발견, 이란 재능에 속하니까. 우리에게 에미넴의 눈을 발견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이 영화의 미덕.
그래서 러셀 크로는 커티스 핸슨의 답변에 만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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