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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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썸씽]에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내가 그 영화를 기억하는 이유는 '심은하'라는 내 생애 최고의 배우 때문이었고, 그녀가 좋아했다고 기억되는 '한석규'때문이었고, '한석규'가 연신 마셔대던 커피가 [쎄븐]의 '브래드 피트'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관객을 혼동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애둘러 이야기하는 '장윤현'에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까 친구가 [Some]에 대해 끄적거린 글을 엿보기 전에는 이 영화가 '장윤현'의 작품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장윤현. 고집이 있는 감독은 좋다. 최소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감독은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기는 할 망정 불쾌한 면은 없다. '장윤현'은 [Some]을 통해 그런 고집을 드러낸다. 다소 픽- 웃음새는 부분이 있다해도 내가 '장윤현'의 노고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이다.
고수. 이 이름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아주 오래전. 이 얼굴에 매력을 느낀 것도 아주 오래전. 언젠가 충무로의 숱한 러브콜을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모두 다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겁이 많은 청춘이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왠지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또 몇 년, 완벽하게 준비가 끝나는 순간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도전하지 않으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 역시. 이 청년도 어느덧 스물 일곱(고수는 78년생이다.) 아니었는가.
[Some]은 [텔미썸씽]보다 낫다. 감독은 느끼고 깨닫고 배우고 그리고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주연 배우도, 감독도 쉽지만은 않았을 길. 누가 더 먼저 '다음'에 도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두 사람 모두 잔뜩 기대하는 심정을 안겨준다.
[Some]. 이 정도 영화면 잘 했다고 박수를 쳐주는 게 팬으로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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