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사토라레 본문
사토라레는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념파를 통해 주위의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마는 존재이다. 기적이라 할 만큼 드물게 나타나지만 그 모두가 아이큐 180을 뛰어넘는 천재들이다. 그러니까 괴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동시에 천재이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수요의 욕구를 느끼게 만드는 이중적인 존재인 것이다.
이야기는 이러한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초반부에 나타나는 비행기 사고, 정부에서 조직된 위원회, 국무성, 군대 등은 이 영화가 비교적 스케일이 큰 영화일 거라고 짐작하게 만들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면 (이 영화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인) 외로움, 할머니와 손자간의 사랑,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이해, 괴물같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본성에 대한 존중 등 휴머니즘과 관계된 소소한 것들이 영화의 중심이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인 것은, 정작 중요한 내용은 후반부에 집약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뒤로 갈수록 집중력과 재미를 잃는다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빠져들게 하지만, 그 효과를 마지막까지 끌어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주인공 '켄이치'가 매력있는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고, 안도 마사노부의 연기 또한 그 매력을 충분히 소화해낼 만큼 훌륭했던 것이 비교적 만족할만한 점. 아이디어 자체가 특이하고 새로운 것에서 시작한 만큼 그 신선함을 좀 더 탄탄하게 받쳐주는 내러티브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영화가 결국 진부한 감동주기로 결론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흔하디 흔한, 감동 작전은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이 영화가 얘기하려는 것이 '휴머니즘'이었다 해도 다른 방법, 다른 작전을 사용해야 했다.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고 흐뭇하므로 비추를 날릴 필요는 없겠다. 게다가 만화가 원작이었다 하니 너무 현실적인 잣대를 가져다 대는 것도 억울한 일이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 감독, 흥행 코드 정도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안도군의 매력에 빠져있다보면 2시간이 넘는 시간도 지겹지 않다는 것이 결론.
사진은 영화 속에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던 장면. 무인도로 휴가를 간 켄이치와 요코가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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