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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

dancingufo 2005. 5. 30. 03:52



영상의 화려함이나 정교함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에는 냉정하면서, 소리의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에는 너그럽다. [코요테 어글리], [시카코], [레이], 그리고 [코러스]. 이쯤되면 내가 이 영화들을 모두 좋아했던 이유가 확인된다. 그것은 내 취향에 기인하는 것. 아름답고 즐거운 노래를 두 시간 동안 제공해 준다면 나는 일단 50점의 기본 점수를 놓고 영화를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 참 즐거웠어- 라거나. 이 영화, 참 좋았잖아- 라거나.

[코러스]를 본 친구는, 천사를 만났다며 나에게 천사를 보내주겠다 했다. 그날 밤, 나는 천사를 만나지 못했고 친구에게 거짓말이나 늘어놓았다며 투덜거렸지만 그로부터 몇달 후- 결국은 그 천사를 만나고야 만다. 소년의 노래는, 천사의 메시지다. 나는 빨려들어 갈듯 소년을 바라보다가, 나는 꿈을 꾸듯 소년의 노래를 듣다가, 흐뭇한 미소로 소년과 이별한다. 소년과의 만남은 천사와의 만남이다.

뻔하거나, 많이 보아온 듯한 것이라도 충분히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코러스]는 나에게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영화일 것이다. 고운 소리를 내며, 화면을 응시하는 천사의 눈을 보면서 즐거워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소비하는 영화가 많아질수록 온전한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영화는 줄어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나를 웃게 하는 것은- 아직도 영화라는 이 매체.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우울한 저녁이 찾아온다면,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비록 화면 속이기는 하나, 아직도 천사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그 천사의 웃음을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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