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6월 13일, 소멸 직전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6월 13일, 소멸 직전

dancingufo 2005. 6. 14. 03:22

마당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심심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놀랍게도, 하늘은 까맣지도 않았고 반짝이는 별 역시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쩐지 당황스러운 심정이 되어서 멍하니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우주에 나 혼자 앉아있는 것처럼 세상이 조용했다.





만약 당신이 내 친구라면- 만약 당신이 내게 좋은 사람이라면- 만약 당신이 나의 호의와 호감을 필요로 한다면- 만약 당신이 내 관심을 즐긴다면- 당신은 무조건 내게 친절해야 한다. 나는 다정다감한 사람에게 끌리지는 않지만, 최소한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무조건적으로, 꽤 오랜 시간, 호의와 호감으로 대하고 있긴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단정을 내려 말하는 당신의 어투가 대부분의 타인을 기분 나쁘게 한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 고 생각한 것은 그냥 재미있어서. 유쾌해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깨면 당신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인상부터 찡그릴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한 호의와 호감은 어느 때고 소멸 가능한 것. 내가 기분이 나쁘다. 누군가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는 데 있어서, 이것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란 것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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