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6월 18일, 깊은 잠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6월 18일, 깊은 잠

dancingufo 2005. 6. 19. 02:11

내가 이기적이고, 내가 자기 중심적이며, 내가 이해심이 부족하고, 내가 신경질적이라는 사실을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나이다. 나의 거짓말과 나의 이중성, 나의 나태함과 나의 편협함을 가장 속상해하는 것도 나이다. 이러지 말자고 생각하지만 자꾸만 나 때문에 괴로워진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기 반성에 능한 사람이었던가.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나에 대해 냉정하고 엄격했던 거지?

어쩐지 속이 상하고 억울해져서 눈물이 난다. 불을 끄고, 노래를 크게 틀고, 아무렇게나 말려있는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자의식이 지나치면 과대망상과 피해의식과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럴 땐 잠이 들지 않으면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없다.

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온몸이 아플 만큼 깊은 잠에 빠진다. 노래 소리 때문에 몇번 눈을 뜨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 때문에 또 몇번 눈을 뜨지만 잠에서 완전하게 깨어나진 못한다. 무릎이 아프고 손이 저리고 허리가 무거워진다. 잠 속으로 침잠한다. 블랙홀에 끌려 들어가듯 잠속으로 빠진다. 문득, 이것이 나의 도피처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도망치듯 잠이 든다.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진다.

결국 나를 깨운 건 아빠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잠깐 핸드폰 액정을 보고 있다가 폴더를 연다. "공차는 것도 하는데 니가 안 자고 있지 싶어서 전화했지." 시계를 보니 열 한시 십분전이다. 잠을 깨운 것이 미안하신 모양이다. "일어날 생각이었어요." 꽉 막힌 목소리로 대답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난다. 깨어나니, 온몸이 아프고 또 무겁다.

나는, 종종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사람이 왜 나에게 화를 내는지, 내가 이 사람에게 화를 낸 것이 어째서 잘못된 것인지, 나는 종종 이해를 하지 못하고 때문에 두통을 느낀다. 그럭저럭 사람들과 잘 지낼 수는 있다. 하지만 특정한 몇몇 사람들과 특별히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 내가 그런 일에 젬뱅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더 예민해진 건지도 모른다. 확률상 절반은 내 몫이거나 내 탓이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이 이상,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냥 즐거운 척, 하는 것 뿐이다. 정말로 진심으로 즐거운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유치하고 한심하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내 일상을 버텨내기가 너무 힘들다. 당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끝났다. 나는 지금의 관계도 제대로 소화해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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