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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N.P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요시모토 바나나, N.P

dancingufo 2006. 7. 24. 16:31

바나나의 글은 수식이 너무 많다. 그래서 몇 문장을 읽은 후에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뜻의 문장을 읽어냈는지 얼른 파악이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내가 이 여자의 글에 호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마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수식이 많은 문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란 사람은 문장에서도 정공법을 선호하고 있다. 핵심 대신 수식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바나나의 글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데 왜 또 이 여자의 글을 읽고 있느냐, 하면 사뒀기 때문이다. 사는 김에 세 권을 한꺼번에 사뒀기 때문에, 그냥 읽었다. 사실은 머리도 좀 복잡하고 하여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책을 읽고 싶었다. 오늘의 나에겐 생각하지 않을 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책장에 꽂힌 책 중 그나마 이 책이 가장 그런 책으로 느껴졌다.

고작 세 권 읽었으니까 '바나나의 작품 중'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내가 읽은 것들 중엔 이 책이 가장 나았다. 어떤 의미에서냐고 하면 달리 신선함이 있었다기 보다는, 그냥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구나- 라는 최선이 느껴진 것이다. 작가의 최선 같은 것. 고작 독자일 뿐이면서 작가의 그런 것을 내가 어찌 가늠할 수 있겠냐마는, 그냥 느껴졌다. 읽다가 어느 순간, 이 여자의 최선- 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단호함같은 것. 그런 것이 촤르르 가슴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조금 이 책을 인정해주고 싶어졌다. 어쨌든 최선이라는 것은 훌륭한 것이지 않은가. 나는 감히 해보지도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여자의 문장이 훌륭하든 지지부진하든, 그냥 인정하자고 생각했다. 마음이 약해져 있는 탓인가.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에 동정심이 생겼다.

아마 다시 내가 내 돈으로 바나나의 책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디 가서 악평은 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단 기분이다. N.P가 남긴 성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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