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줄리언 반스, 플로베르의 앵무새 본문
소설의 재미를 원하는 사람에겐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소설인지 아닌지 자체가 헷갈리는 작품이니까, 이 속에서 소설적인 재미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이 책은 꽤 당황스러운 존재였다. 처음 한 동안은 도무지 이 책에 빠져들 수가 없어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세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그렇게 첫째장부터 다시 읽기를 세번째 반복할 때에서야, 나는 이 책에 조금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픽션과 전기와 비평이 여기저기 뒤섞여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플로베르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변호였다. 지나치게 형식에만 얽매여있는 비평. 그런 비평에 의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는 플로베르를 줄리언 반스는 멋지게 변호해냈다. 그렇다고 해서 플로베르를 무조건 추앙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애정을 가지고 신중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런 모습이, 어쩐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느끼고 있지만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없다면,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나의 소중한 무엇을 지켜낼 수가 없다. 그럴 때면 종종 말을 섞기 싫어서 관둔다는 듯 돌아서도 사실은 억울하다. 당사자가 모른다고 해도 말이다. 사실은 지켜주고 싶을 때가 있었다. 줄리언 반스는 그것을 매우 잘 해낸 듯 하여 '멋지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참 여러가지의, 책이란 것이 있다.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고작해야 소설책 뿐이지만, 가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형태의 책을 만나게 되면- 조금은 오래 멍하니 앉아있게 된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다. 책 속에, 그리고 작가라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그러니 내가 어떻게 책을 읽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