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김훈,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본문
심취하고 싶은 작가가 생겼다. 첫 장에서 결판이 났던 것 같다. 난 이 책의 첫 장을 읽은 후에 이 작가에게 심취하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첫눈에 반해버린 셈이다.
사놓은 후 1년 가까이 책장에 묵혀두기만 했던 것이 미안할 만큼 <개>는 훌륭한 책이다. 서글프지만 강한 존재들. 쓸쓸하고 억울한 일을, 이해하지 못해도 받아들일 줄은 아는 존재들. 쉽게 좌절하지도 않고 쉽게 꿈을 꾸지도 않는 존재들.그런 존재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껴안아주고 싶고 쓰다듬어 주고 싶고 같이 울고 싶어진다. 보리는 그런 존재다. 난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보리의 시선 때문에 이 책이 너무 좋았다.
지난 몇년간, 여기저기 이 작가의 이름이 떠도는 것을 보면서도 한 번도 이 작가의 소설을 선택했던 적이 없다. 아마도 내 습성 탓일 것이다. 읽던 것. 좋아하던 것. 익숙한 것. 믿을 만한 것. 그런 것들만 선택하려고 드는 내 습성 탓. 때때로 나의 어떤 습성이나 기질을 반성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는데 김훈의 <개>도 그런 책으로 남는다.
검색을 해보니 김훈의 작품 목록이 꽤 길다. 한동안은 읽을 책이 없다는 말 같은 건 하지 않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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