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김애란, 침이 고인다.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김애란, 침이 고인다.

dancingufo 2008. 1. 12. 21:26


우스운 이야기지만, 김애란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박탈감을 느꼈다. 그래. 소설가가 아닌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역시 우스운 이야기지만, 처음 김애란의 책을 읽었을 때 열등감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썼고, 글쟁이가 되기를 꿈 꾸었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등단이란 걸 했다. 그런 것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 아- 라고 감탄사 같은 걸 터트린 적도 있었지만, 한 번도 박탈감이라든가 열등감 같은 걸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런데 김애란은 나에게 그런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처음엔 김애란을 그다지 칭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기분만으로 칭찬을 거두어 버리기엔 김애란의 글이 참... 훌륭하다.

나와 김애란은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것들을 많이 보면서 자랐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겠지만 김애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본 것을, 그것들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을, 그것들을 느끼면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누군가 대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김애란은 나보다 더 깊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고, 더 옳거나 더 멋진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리하여 확실히 나보다는 훨씬 더 좋은 글을 써서 등단이란 걸 했지만. 그러니 그런 착각을 하는 것은 역시 우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착각을 가끔씩 하고 그리고 그 착각이 우스워서 피식- 혼자 웃는다.

나는 평론가가 아니니까, 김애란의 글이 어떤 점에서 훌륭하다거나 어떤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말은 않겠다. 대신 소설을 아주 좋아하는, 소설 애호가로서 말하건대 김애란의 소설은 참으로 괜찮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 작가의 글을 읽었으면 좋겠고, 그에 힘입어 이 작가가 앞으로도 좋은 소설을 많이 많이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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