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8년 3월 21일, 봄바람.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8.01 ~ 2008.12

2008년 3월 21일, 봄바람.

dancingufo 2008. 3. 22. 02:58

바람이 분다. 살랑살랑 봄바람. 봄볕을 맞으면서 걸었다. 따뜻한 햇볕 아래, 걸음을 옮기는 내 마음도 살랑살랑. 어느덧 나이를 잊고 사람을 잊고 시간을 잊고 나를 잊어, 봄볕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삶에는 이토록 많은 행복들이 숨 쉬고 있는 것도 같은데.

거짓말. 거짓웃음. 그거 다 거짓말이잖아! 거짓말이잖아!

왜 나는 그렇게 소리치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웃고, 왜 나는 예의바르게 말하고, 왜 나는 착한 사람인 척 하는 걸까?

그런 것 싫다. 그런 것, 울어버리고 싶을 만큼 정말로 싫다.

손톱 끝으로, 내 머리카락의 끝을 지그시 눌러, 고개를 드는데 툭- 하고 잡아당겨진 검은 머리. 어이없는 장난에 피식 웃으면서 생각했다. 함부로 머리카락을 만지면 안 돼. 함께 사랑에 빠질 것이 아니라면, 머리카락에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거야.

어째서 우리는 가끔,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에게 다정해지는 걸까. 어째서 책임지지 못할 다정을 베푸는 것일까.

내일을 생각한다. 하지만 내일이 되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사실도 생각한다. 어째서 그렇게 후회가 되었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얘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아프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에 측은지심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장 도망치고 싶었던 것은. 내가 가장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봄바람 속에서 거는 전화. 그 전화를 받고 있는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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