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8년 5월 8일, 완벽한 승리. 본문
너무 멋진 승리에 괜히 눈물이 나, 또 어떤 시즌에는 우승컵도 놓치고 클래식 더비에서도 완패하는 괴로움을 맛봐야 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지금 이대로의 기쁨을 누리는 것으로 만족해. 승리에도 패배에도 무감해진 마음으로, 때로는 내가 여전히 축구를 좋아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지. 하지만 알겠다. 이 승리를 보면서 알겠어. 완벽한 승리, 그것만큼 기쁜 것을 찾기란 힘이 들어.
웃고 있구나, 구티. 구티가 웃는 날엔 좋은 일이 생기지. 우리들의 못 말리는 열혈 부주장. 늘 놓칠까 잃을까 불안했는데, 결국 오늘까지 이렇게 함께 해 구티의 진면목을 자랑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치밀하고 세심한 그 발끝도 사랑스럽고, 그 발끝에서 이어 받은 것을 결국 골대 안으로 집어넣고야 마는 라울도 사랑해.
빨간 주장 완장을 빼내어 네 살 어린 후배의 팔뚝에 채워 주는 라울을 보았지. 아버지처럼, 친형처럼 옛 주장을 따랐다는 사람. 이 사람이 처음 제 팔에 완장을 차기 시작하던 무렵을 기억하지. 그 모습이 멋져서, 어쩐지 아름다워서, 심장이 두근두근거렸어. 그렇게 나는 라울의 팬이 되었고, 이제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캡틴이 되어, 제 뒤를 이어 팀의 아이콘이 될 청춘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어. 영광은 영광으로 이어져,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으로 이어지겠지. 세계 최고의 정확한 슈팅. 세계 최고의 절묘한 슈팅. 라울의 훌륭함을, 라울의 겸손함을, 라울의 열정을, 라울의 부지런함을, 축구에 대한 라울의 예의바름과 성실함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 새벽,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기쁨을, 들썩거림을, 가슴 벅참이나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즐거움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 거야. 축하한다. 상대의 그 어떤 훌륭함도 무력하게 만들어버린 완벽한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