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8년 7월 13일, Uriah Heep의 'Rain'입니다. 본문
토요일 밤에는 지하철 2호선을 타기가 싫어진다.
버스 한 번이면 집에 올 수 있는데,
30분만 일찍 일어나면 그 버스를 탈 수 있는데,
늘 그 30분을 미적대다가 결국은 막차를 놓치고 잠깐 고민을 한다.
지하철을 탈까? 사람이 많겠지? 덥겠지? 피곤하겠지?
그리고 오늘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까, 결국엔 결론을 내렸다.
오랜만에, 신촌에서 택시다.
신촌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는 한강을 가로지른 대교를 건넌다.
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어김없이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궁금해진다.
잊지 못하는 것은
그때의 나인지, 그저 시간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감정인 건지,
그렇다면 그것들이 그리운 것인지,
도망가고 싶은 것인지,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90%쯤 괜찮아졌다는 사실인데
만약에 라디오의 DJ가 그렇게 말하지만 않았다면
오늘은 추억보다도 현실에 대해서 생각했을 것인데.
'이번에 들으실 곡은 Uriah Heep의 'Rain'입니다.'
여자는 비가 오는 날이면 Uriah Heep을 들었고 그 중에서도 'Rain'을 들었다.
남자는 닫힌 방문틈으로 빗소리와 함께 저도 즐겨 듣던 노래를 들었다.
여자가 자신과 같은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려준 건 소년이었다.
그리고, 사랑은 여자가 했지만 남자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그렇다면 그 모든 걸 지켜보았던 소년의 마음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난다. 현실보다도 과거. 과거보다도 그저 생각.
택시에서 내리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빨간색 우산을 촤악- 하고 펼쳐들면 하얀 레이스가 우산끝에서 하늘하늘.
최근 계속 그랬는데, 새 우산이 사고 싶다.
길다란 우산. 빨간색 우산. 멋있고 예쁜 우산.
하지만 세상에는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이 너무 적다.
오후에는, 가만히 선 채로 생각을 했다.
내가 너를 버리면 너도 나를 잊을 거냐고.
그렇지만 지금은 생각을 한다.
네가 나를 잊지만 않는다면 나는 너를 버릴 수도 있는 거냐고.
토요일이 저문다.
실은 꽤 피곤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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