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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01. 한 통 가득 남은 우유 유통기한을 확인하던 언니가 갑자기 묻는다. 오늘 며칠이지? 29일 아니야? 30일인가. 아리송하게 대답을 하니 언니가 달력을 확인한다. 뭐야- 28일이잖아. 우유의 유통기한은 27일까지였다. 02.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람. 03. 서태지가 돌아왔다. 돌아왔다? 언제는 내게 있다 나를 떠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04. 음악이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취미이기도 하고 일이기도 하죠.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문득 생각이 난다. 나는 그 꿈을 버린 걸까. 아니면 잃은 걸까. 05. 아니라면, 아직도 사랑하니? 그저 고통스러웠던 탓? 06. 변명하지 말자. 어쨌거나 여전히, 내 머리에 돌을 던져주는 태지. 당신은 아직도 내게 전환점이 될 것인가. 07. 행운의 7. 라울..
01. 기억만으로도 나를 결정지을 수 있을까? 02. 내가 타인의 어깨 위에 앉아있다. 나를 떠나면 더 행복한 당신은, 나를 버리고 가는 타인. 원죄는 당신에게 있다는 걸 왜 몰라. 나라고 왜 억울하지 않았겠어. 세상에 나는 순간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는데 어쩌라는 말이니.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것. 03. 나는 다시 무엇으로도 태어나고 싶지 않아. 기회가 된다면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꼭 잔인해지고 싶어. 04. 다 써버린 전화카드. 그 사람의 이름이 빠져있는 대표팀 명단. 적어도 절반은 틀렸을 모의고사. 연달아 지루하고 유치한 영화 몇 편.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너무 쉽게 알아내는 내 자각력. 세상엔 참 사소한 것이 살맛을 앗아가는 법이지. 05...
하루에 영화를 두편씩 보고 있다. 깨어있는 내내 머리가 아프다. 발표된 명단을 보고 또 억울해진다. 싹둑 잘라버린 머리에 짜이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지만 짜이, 머리는 금방 또 자란단다. 그 사람의 친절함 같은 것이 내 인생에 약이 되진 않는다. 나에겐 비교적 행운이 따랐지만 그것들로 인해서 기뻤던 건 아니다. 사람들에게 소외를 당한 적은 없지만 외로움은 늘 느꼈다. 그러니 내가 행복하고 그렇지 않고를 누가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이 듣고 있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가능성을 남겨둬라.
01. 매일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일까. 빨리 지친다. 02. 한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그랜저 XG를 보곤 언니와 함께 감탄사를 내뱉는다. 우리가 부러운 건 그랜저 XG가 아니라 그저 한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 그렇지만 생각해보니 난 돌아가도 다시 만날 것들이 많지 않다. 03. 그런데도 왜 그렇게 몸살이 나도록 한국을 그리워했던 걸까.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아지리란 걸 모르지 않았으면서. 04. 쉽게 손을 놓고 기다리는 사람들. 그런데 알고 있는 걸까? 다음은 없다. 05. 누구나 왜 살고 있는가, 하는 걸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 누구나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 건 아니니까.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 건 아니니까. 누구나 ..
마주앉아있는 저 사람들과 지금 여기 있는 내가, 마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쩐지 울고 싶다. 엄마의 무릎에서 쫓겨나고, 신발마저 잃어 맨발로 낯선 땅에 섰을 때, 내 차가운 발바닥 아래로 아스라히 밟히던 모래의 촉감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렇게 경험해보지도 않은 일이 현실보다도 더 생생한 경험처럼 생각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 걸까. 어떤 여자는, 난독증을 앓고 있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쩐지 내가 울고 싶어졌다. 세상은 참 사람들에게 잔인하다. 그렇지만 버려진 강아지는 불쌍하게 생각할지언정 구걸하는 거지는 동정하지 않던 나 아니었던가. 이제와서 새삼스레 왜. 숱한 오해와 착각 때문에 너를 잃었다. 그렇지만 너는, 오해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려고 노력이나 했었니? 나..
나는 행복하지도 부유하지도 않다. 물론 조금 가난할 뿐 불행한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오해를 하든 말든 그런 건 관심없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 추측하는 것과, 그리고 진실 사이에는 언제나 많은 괴리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라는 것 뿐.
01. 이곳에 온 이유로 아쉬워진 것 중 한 가지는 매달 연재되던 이충걸씨의 글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른하고, 우울하며, 권태롭고, 자기 위안에 가득 찬, 이충걸의 글. 02. 어느날 문득 찾아가서 얼굴 한번 보고 싶은. 덩치크고 나이든 이 남자를 어쩐지 위로해주고 싶은. 03. 자기 위안에 찬 모든 것들이 어째서 안쓰럽고 다정하게 느껴질까. 04. 자기변명에 능한 사람이에요- 라고 내게 말했던 네 살 연상의 친구. 난 그녀가 무척 철없고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가 나보다 네 살이나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05. 그런데 그토록 내게 칭찬만을 퍼붓고, 그토록 나를 좋아해줬던 그녀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06.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알..
왜 너는 꿈속에서도 나를 슬프게 하니.
01. 모든 게 똑같거나, 부질없거나, 재미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난 원래 열정을 오래 지속시키는 사람이 아니니깐. 02. 다시 본 러브레터.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실연당한 나를 위해 수미가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해서였다. 이 영화를 두번째 본 건 보았던 영화건 그렇지 않은 영화건 걸신들린 사람처럼 비디오를 빌려보던 때의 일이고. 그리고 이 영화를 세번째 본 것은 우리 애들이 모로코에게 첫 골을 얻어먹고 있을 때였다. MBC가 전반전 30분을 무자르듯 댕강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을 때. 병국이가 나 몰래 노란카드 받아먹고 있을 때. 내가 다카시상에게 넋을 놓고 있는 동안 병국이는 노란 카드를 받고 교체를 당한 거다. 병국아 미얀-_ㅠ 03. 형부랑만 경기를 보면 왜 우리팀 애들이 삽질하는 걸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잡담에 둘러싸이고, 평소의 생활 속에 더럽혀지고 흐려지고, 매일의 타락, 허위, 잡담의 물방울이 되어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그 청년은 중요한 것을 지켰다. 죽음은 도전이었다. 죽음은 사물의 본체와 통하려 하는 시도였다. 묘하게 회피하기 때문에 중심을 맞추기가 불가능하다고 사람들은 느끼게 되었다. 친밀감은 떨어지고 기쁨도 식어간다. 인간은 고독했다. 죽음 속에 대오(大悟)가 있었다. 그러나 자살한 청년은 과연 영혼의 보배를 간직한 채 뛰어내렸을까? -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中 -
01. 역시 맨유의 경기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이는 긱스이다. 90분 내내, 쉬지 않고 긱시긱시. 02. 물론 다음으로 눈에 든 이가 반니가 아니라 스콜스라는 건 조금 의외이긴 하지만. 03. 그런데 이건 소위 말하는 스콜스의 망언 탓일까. 아니면 시야 넓고 재기발랄하고 패스 정확했던 스콜스의 실력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스콜스를 귀엽다고 말했던 류다 탓일까. 04. 확실히 빠르고 거친 프리미어. 안타까운 일이다. 아스날 경기보다 맨유 경기가 더 재밌다는 건. 05. 무간도 1 자막없이 다시 보기. 언제나 양조위는 언어에 기대지 않고 얘기를 한다. 특별한 사람. 06. 닭들을 적삼아 사는 것이 내 운명인가. 그렇지만 닭이나 치토스나 오십보 백보인 걸. 나더러 어쩌라고. 이 나쁜 오빠.
01. 뜻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그렇다. 02. 넘쳐나는 정보로, 홍수에 빠진다. 허우적대며 조급해하다보면 빠져죽기 십상. 없던 애살을 갑작스레 부리니깐 그렇지. 어차피 어울리는 짓이 아니야. 03. 가장 오만한 쪽은 그레이스. 친구들과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한번도 마음 안을 보여준 적이 없던 시절. 거만한 인간이 가장 싫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너와 친구가 되었을까? 묻던 친구. 그리고 그 친구는 또 약속을 잊었네. 하긴 8년전 부터 그랬던 친구니깐. 04. 1분만 분노하면 모든 것이 심심해지는 나이. 그렇지만 그것이 괜찮아진다는 뜻은 아니야. 05. 의미없는 얘기 속에, 즐거움조차 찾지 못하고 있으면서, 내가 당신들과 얘기하는 이유는? 06. 오늘의 결론. 폰 트리에는 거장은 아닐지언정 사기꾼은..
01. 라스트 사무라이. 미국애들이 보고 그 사무라이 정신이란 것에 뻑가게 할 만큼 찍어놓은 영화. 02. 그건 일본의 치부이기도 하지만, 그네들에게 그것이 무슨 상관이겠어. 03. 아, 그런데 결국 탐 크로즈가 마지막 사무라이라니. 이 슬픈 결론. 04. 어쨌든 탐 크로즈는 일본옷을 입어도 멋지더군. 하긴 정우성도 암만 똥개로 변신해봤자 멋지기만 하던 걸. 05. 못난 애들이 이뻐지는 것 만큼이나 잘난 애들이 못나지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 일. 06. 영화가 쓸데없이 말이 많으면 쓸모가 없어지는 법. 07. 정의롭고 순수한 사무라이의 나라가, 그래서 타국에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아느냐고 묻지 말자. 이 영화를 단순히 오락이나 예술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이 내가 한국인인 탓이니까.
분명히 꿈 속에서 너를 보았다. 다른 아무것도 기억해낼 수 없지만, 분명히 네가 내 옆에 있었다는 울고 싶은 그 기분. 피붙이 같았다. 우리가 만날 수 없게 되고 시간이 지난 후엔, 어떻게 해도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대. 그런 너는 나의 혈육과도 같다고. 그렇지만 이제는 꿈으로라도 보지 말자. 어차피 어느 쪽도, 누구를 괜찮아지도록 도와주지 못했으니깐. 이렇게 가는 것은 조금도 좋지 않아.
낯이 익다고 하는 그런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애썼어도 결코 잊을 수 없없었던 얼굴이다. -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 中 -
01. 나는 그냥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 뿐이에요. 멋진 이안. 즐거운 나의 그리스식 웨딩. 02. 맞는 말이야. 지나온 내 과거를 그대로 평가받아선 안 돼. 그것은 내가 살아갈 미래의 일부분이지. 그렇지만 넌, 생각해봤니? 5년 후의 너라든가. 또는 10년 후의 너. 03. 모두에게 진실은 다를 수 있다는 걸 내게 알려준 이가 구로사와 아키라였던가. 04. 아무렇지 않지만 가슴이 멎는 얘기. 나는 당신없이 사는 게 좋습니다.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요.
어디라도 좋다고 생각을 했다. 남는 쪽보다는 떠나는 쪽이 당신의 가치를 높여줄지 모르겠다고. 그렇지만 나는 왜 이렇게 고통을 느끼는가. 소리를 내어 운다. 가지마라. 김은중.
01.말도 안 돼. 김정수. 어딜 간다고? 02. 세상엔 왜 이렇게 속상한 일이 많을까. 처음 본 날과, 처음 웃은 날. 그리고 짧았던 이야기와 숱하게 마주쳤던 순간들을 모두 다 과거로만 남겨두라니. 03. 아무것도 아니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어. 그렇게 큰 일도 아니지만 우울한 건 어쩔 수 없어. 뭐냐 대체. 우울한 2004년 1월 1일.
01. 왕의 귀환을 봤다. 한 장면이라도 더 내용을 모르고 보고 싶어 온갖 잡지 정보와 온갖 싸이트에 올라온 감상글 따위를 애써 외면하며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를 구했다는 소식에 금요일부터 들떠있던 것을 일요일 저녁에서야 원정대를 만난다. 보고 싶었던 레골라스. 프로도. 아르곤. 샘. 김리. 피핀. 메리. 모두 다 안녕. 02. 우리 집에 살고 있는 남자 덕분에, 나는 가끔 남자들의 생각에 혀를 내두르곤 하는데 영화나 축구를 볼 때는 그 정도가 두 배가 된다. 예를 들면 최용수가 국대의 엑스맨쯤 된다고 생각하는 그 태도나, 답답하고 나약해서 프로도가 싫다는 그 말들을 접할 때. 03. 왜 프로도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냐고 물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못하는 걸 프로도만이 할 수 있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