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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dancingufo 2005. 5. 14. 18:41



어떤 무모하고 황당한 얘기를 해도, 기가 차거나 당황스럽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류승완이나 장진 같은 사람들 말이다.

다들 재미있고 웃기다는 '간첩 리철진'은 보는 내내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 한번 안 냈고, 나름대로 기발하고 신선해서 좋았던 '킬러들의 수다'는 그렇지만 원빈이나 신하균에게의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정도였다. ('화성에서 온 사나이'는 감독도 후회할 성 싶으니 새삼 언급하는 수고를 들이진 말자.)

그리고 '아는 여자'는 내가 보는 이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로맨스를 찍는다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구심도 없었고 (이 감독, 로맨스에 소질은 없었는지 모르지만 관심은 있었다.) 이나영과 정재영이 언밸런스한 커플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사실 이나영은 아무하고도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누구하고라도 어울린다.)

단지 이 영화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느낌은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것. 그리고 이 영화를 다 본 후의 느낌은 딱 그 제목 만큼만 만족스럽다는 것.

50%는 장진의 영화. 50%는 이나영의 영화. 그렇지만 호감도가 상승한 건 오히려 정재영 쪽이다. 누군가 한 명쯤은 이 남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 영화를 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배우는 그 정도의 너그러움 정도는 받을 자격을 갖췄다.

딱히 재미있거나 특별하게 본 영화는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가지 확신하게 된 것이 있으니, 장진식 유머는 (내가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다른 감독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임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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