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하나와 앨리스 본문
아리스가와. 영화속의 앨리스. 릴리슈슈의 쿠노. 본명 아오이 유우. 망설이고 주저하고 자신없어할 때도, 이상할 만큼 눈부신 아이.
영화는 '하나'와 '앨리스'의 이야기다. 이제 갓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색한 고등학교의 교복으로 바꿔 입은 두 소녀는 과장되게 웃고 어색하게 귀여움을 떨지만 이상하게 그 행동과 웃음들이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두 소녀인데도 그것만은 분명히 이와이 순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아름답다. [러브 레터]에서도 그랬고 [4월 이야기]에서도 그랬고, 언밸런스하게도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서 역시 이와이 순지의 영화는 아름다웠다. 어쩌면 이와이 순지에게는 아름다운 영상을 갖추지 못한 영화는 영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그 영상을 만들어내느라 인물들의 심장박동을 외면하는 일은 이와이 순지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이 순지의 영화에서는,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옅은 미소, 큰 웃음,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행동들에서도 미묘한 심장 박동이 전해져온다. 이와이 순지의 영화가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하는 문제를 떠나 자꾸만 나를 설레게 하는 것도 바로 그 심장박동 소리 때문이다.
워 아이 니, 라고 말하는 앨리스의 표정. 종이컵을 테이프로 붙여 대고 짧은 교복 치마 밑으로 팬티까지 내비치며 발레를 선보이던 앨리스의 몸짓. 미야모토가 찾아낸 하트 에이스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던 앨리스의 슬픔. 릴리슈슈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아마도 쿠노였을 것이다. 쿠노에게서는 은은하지만 분명하게 구분이 되는, 빛 같은 것이 났다. 그 빛이 그대로 앨리스에게서도 난다.
이와이 순지는 대체 어느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아직도 교복을 벗지 못한 영혼을 아이들의 책상 옆에 놓아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쾌하고 신날 건 없지만 흐뭇한 면은 있다. 힘들고 아플 건 없지만 애틋하고 쓸쓸한 면은 있다. [러브레터]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 영화 역시 선택한 후에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영화의 연장 선상에 놓여있는 것은 [러브레터]가 아니다. 오히려, 놀랍게도,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을 것 같다. 앨리스의 쓸쓸함은 숨막힐 듯했던 호시노의 위악과 이상하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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