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7월 1일, 가을 본문
01.
월급을 받았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월급다운 월급이다. 그래봤자 방세 내고, 밀렸던 돈 좀 갚고 하면 남는 것은 거의 없다. 결국 일을 하기 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태로 다음 월급날을 기다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이것이 삶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면 벗어나면 그뿐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배부른 소리다. 내 투정은 늘 이런 식이었다.
02.
A를 그냥 스쳐지났던 날을 생각한다. 그 때 내가 A의 무엇을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것은 A의 얼굴도 아니었고, 성격도 아니었고, 조건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A의 얼굴도, 성격도, 조건도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A를 좋아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A와 잘 지낼 자신이 없었다. A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A를 싫어하게 될까봐 겁이 났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장점보다 단점을 더 쉽게 발견했다. A를 좋아하게 되는 중에도 A가 하고 있는 거짓말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하여 결국에 더이상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모든 것이 괜찮지만은 않아질 때, 내가 A를 여느 사람들처럼 싫어하게 될까봐 겁이 났다. 어리석고 한심하게도 A가 언제까지고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아주길 바랬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바람이 참 바보같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03.
나에게 무엇이 부족하여 이토록 괴로운가 생각해 보았더니, 그것은 바로 자제와 절제이다. 그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애시당초 균형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04.
그러고보니 7월. 이 여름이 빠르게 지나가서 얼른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내 마음에도 가을바람같은 평화가 찾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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