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7월 6일, 자업자득 본문
마치, 비가 내릴 것 같은 저녁이다. 뒤늦게 문자를 확인하고서야 오늘이 리그데이였다는 걸 안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경기 결과를 확인하니 대전은 패하고 김은중을 골없이 경기를 마쳤다 한다. 왠종일 기쁜 일이 하나도 없구나, 싶어서 노래를 틀어놓고 침대에 두 팔을 벌리고서 눕는다. 하루종일 정신없이 떠들다 왔더니 기진맥진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다. 한숨을 쉬면서 눈을 감는데 마침 The corrs의 only when I sleep이 흘러나온다. 이 앨범이라면, 언젠가 김은중에게 가져다 준 적이 있는 앨범이다. 앨범을 건네자마자 그 자리에서 비닐을 벗겨 노래를 틀고 가던 김은중이 생각난다. 순간, 웃음이 난다. 그러고보면 확실히 우습긴 하다. 이런 가운데에도 그 모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는 사실.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은 완전하게 틀린 말은 아니다.
거짓말, 이라고 내가 말한다. 무엇을 향한 말인지 나도 모른다. 극도의 정신분열. 또 내가 말한다. 무엇을 향한 말인지 이번에도 모른다. 나도 짐작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무릎을 껴안고 창문가에 앉는다. 여자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지만 슬프다. 그 슬픈 목소리를 들으면서 울어버리고 싶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울어야 할 이유도 이제는 찾을 수 없다.
나도 알고 있다. 이 모든 건 내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괴로운 것은 나이다. 아무리 나의 가까이에서 나를 오래 지켜봐왔다 해도- 타인은 이 고통을 짐작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 고통을 말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은 언제나 너무나도 생생하다는 사실. 악몽을 꾸면서도 또 잠이 든다. 차라리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마음 안에 짐승이 사는 것 같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서른 일곱이 되면 이 모든 고통은 우스운 추억쯤으로 둔갑할는지도 모른다. 관건은 내가 그때까지 분명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