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7월 8일, in other words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7월 8일, in other words

dancingufo 2005. 7. 9. 02:28

01.

자동차 바퀴가, 빗물을 밟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내밀어 창 밖을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고 있다. 사라지기 직전의 소리이기 때문에 빗물의 소리는 특별한 감흥을 준다. 블라인드를 걷어놓고 창 밖을 바라본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순간에는 어쩐지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02.

그럴 수 있다면, 물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나는 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수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물 속에 잠기게 된다면 아마도 꼼짝없이 죽음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내 생명의 마지막을 물 속에서 보내고 싶다. 검은 강물의 바닥에서는 영영 부서지지 않는 평화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붉은 색, 반짝이는 불빛들 곁에서 나는 지난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다. 영원한 침묵은 영원한 평화의 길로 나를 안내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착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럴 수 있다면 검은 강물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03.

몸은 금세 피곤과 우울을 드러내어, 눈 밑의 다크써클은 진해지고 손톱 밑의 살갗은 찢어지기 시작한다. 폭발직전의 나를 감지해낸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경계 어린 태도로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그 시선을 느낀 나는 최악이구나, 라고 생각을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를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덤벙- 물 속에 뛰어 들어 죽은 듯이 자다가 깨어나고 싶은 날들이다. 나는, 나의 생은, 이유가 없는 채로 살아지고 있다. 그저 이렇게 살고 있기 위해서는 아니었다는 것.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괴로워하는 것 외에는 무엇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최악이다. 지금의 나는.


04.

내 몸에서 나는 비린 비냄새. 니가 내게서 맡고 갔던 것은 하얀 우유의 달콤한 냄새. 니가 내게 남겨주고 간 것은 로 파 겐조의 시원한 냄새. 이렇게 그저 살아있다보면 아무렇지 않게 괜찮아질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05.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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