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7월 7일, 손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7월 7일, 손

dancingufo 2005. 7. 8. 02:14

01.

그 손은 내게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가끔 넋을 잃고 사람들의 손을 바라본다. 그것은 누군가에 대한 진지한 관심의 시작이다. 나는 가만히 그 손을 바라본다. 그 손은 나로 하여금 정의내릴 수 없는 상상력을 가지게 만든다.

그것은 때로, 다 자라난 남자의 손이기도 하고 아직 남성과 여성- 어느 쪽의 정체성도 가지지 못한 소년의 손이기도 하다. 그것은 때로, 아름답고 고운 소녀의 손이기도 하고 화려함과 섹시함을 갖춘 여자의 손이기도 하다. 나는 무심코, 누군가의 손에 넋을 잃는 순간을 만난다. 그것은 내가 그 손의 주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이다.


02.

소년은- 차분한 눈과 작은 목소리와 알아보기 힘든 미소와 작고 고운 손으로 나에게 평화를 선사한다. 이 무더위와,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자괴감, 정체를 분명히 할 수 없는 감정에의 혼돈, 그리고 삶을 계속해서 진행시킬 의지를 상실해버린 무기력함으로부터 소년의 평화는 나를 구원해낸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내 곁에 있다해도 내 외로움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할 당신이 아니다. 소년의 예쁘고 고운 손이 가져다주는 순간의 평화일 뿐이다.


03.

아침마다 깊게 잠기는 목소리. 저녁마다 움푹 패이는 눈동자. 지금의 내가, 고장이 잦은- 그리하여 곧 폐기처분될 부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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