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미하엘 엔데, 끝없는 이야기 본문
이 책은 나처럼 1979년에 태어났다. 이미 오래 전에 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리었던 책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묘하다. 나만의 경험일 것 같은, 다소 독특한 기분을 남기는 책이기 때문인 듯하다. 나이가 든 탓에, 아니면 조금은 현실적인 탓에 바스티안처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진 못하지만- 아트레유를 좋아하고 여제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정도의 감정이입은 하게 된다.
[어떤 소년이 책을 읽다가 책 속에 있는 이야기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라는 고작 두 개의 문장에서 탄생했지만, 이 책은 무려 700page나 되는 긴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쉽고 재미있기 때문에 사흘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재미있는 동화책을 발견하기 위해 아이들이 읽는 책을 많이 둘러보고 있는데, 황선미 만큼 마음에 들진 않지만 미하엘 엔데도 매우 훌륭한 동화작가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못생기고 뚱뚱하고 약골인 현실의 자신으로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는 바스티안의 마음은 180% 이해하지만, 그래도 환상 세계엔 축구도 없고 김은중도 없을 테니까. 나라면 아마 어렵지 않게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전혀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없을 만큼 현실 세계의 자신에 대해 불만족한 상태이고, 그리운 사람도 한참을 생각해야 떠오를 정도 밖에 없다는 건 조금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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