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8년 5월 12일, 발가락을 잘랐다.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8.01 ~ 2008.12

2008년 5월 12일, 발가락을 잘랐다.

dancingufo 2008. 5. 13. 01:51


01.

발가락을 자르는 꿈을 꾸었다. 발톱을 깎다가 별 생각 없이 발가락도 싹둑 싹둑 두 개나 잘라버렸는데, 자를 때는 아픈 줄도 모르고 이상한 줄도 모르다가 다 잘라놓고 보니 문득

‘앗, 발가락은 자르면 다시 안 자라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야~ 하고 놀래버렸다.

그리고 발가락이 두 개나 없어진 내 발을 멍하니 보다가 이대로 살면 많이 힘들까? 라고 생각하는 찰나 좀 괴상하고 흉측한 모양이긴 했지만 발가락이 조금씩 다시 자라나기 시작해서

‘에에~? 발가락도 다시 자라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잠에서 깬 후, 꿈이 너무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서 대충 해몽을 찾아봤더니 이런 꿈은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가깝게 지내던 누군가와 멀어지는 꿈이라고 나와있었다. 그래서

‘흠흠흠- 그러면 자른 게 다시 자랐으니까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지나?’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02.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백 년 동안의 고독.>, <반짝반짝 빛나는.>을 언니에게 추천해 주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을 제외한 나머지 네 권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한동안은 알랭 드 보통의 것을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가 싶더니 마지막으로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고 난 후에는 좋은 책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다섯 권 중에서 하나를 고르자면 나도 역시 <백 년 동안의 고독.>. 하지만 이런 내 의견을 알려주지 않고 한 추천이었는데 대충 비슷하게 넘버 원을 꼽은 것 같아 기분 좋다.

그래서 다음에 추천할 것들을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사랑의 역사.>. 그리고 닉 혼비를 읽어보고 싶다 했지만 이것은 다음 단계로 미뤄두고 대신 <체 게바라 평전.>과 <B급 좌파.>.

이번에도 좋은 반응을 기대해 본다. 


03.

그리고 나는 지금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씨름중인데.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700쪽이 넘는 책을 두꺼운 양장본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는 역시 불만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어쩐지 쇄골뼈가 아파서 고생 중인데 돈키호테까지 가방에 넣고 다니자니, 정말이지 어깨가 내려앉는 기분이다. 그러니 얼른얼른 읽어치워 버려야지.


04.

어찌됐건 다시 1군행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더는 그렇게 할 힘조차 없어서 많이 기뻐하지 않고 많이 들떠하지도 않는다만. 아무래도 수요일 경기는 뛰게 될 것 같으니 이번엔 조금 더 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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