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여섯개의 시선 본문
치부나 상처를 들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치부나 상처는 외면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들을 붙잡아 놓고 이것 한번 보라고 그 치부와 상처를 들이미는 일이 이들이라고 해서 쉬웠을 리 없다. '인권'이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한 이 여섯개의 시선이 고통스러운 동시에 장하고 정겨운 것은 그 감독들의 인내와, 그 시선 속에 배여있는 따뜻함 때문이다.
박찬욱을 보면 인내가 느껴진다.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고통도 (또 어떤 고독도) 감내하려 하는 인내 말이다. 사람의 상처를 들추는 가학적인 취미나, 같은 종족인 인간을 타자로서 바라보며 비웃는 냉소가 아니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또한 아니다. 박찬욱이 가진 것은 인내이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동정이기도 하다. (박찬욱의 영화가 잔인하기 보다 슬픈 쪽에 가까운 것은 그가 가진 인간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박찬욱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강추. 가장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슴에 팍팍 와닿는 것은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 다들 부담없이 좋아할만 하다. 가장 괴로운 것은 후벼파진 상처를 코 앞에 들이미는 박진표의 [신비한 영어나라]. 나는 보다가 손으로 눈을 가려야 했다. 아이에게도 인권은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주제에 다가섰다고 생각되는 작품. 정재은의 [그 남자의 사정]은 좀 더 직설적으로 다가왔으면 받아들이기가 편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감독은 후속작 좀 찍었으면 좋겠다.) 여균동의 [대륙횡단]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만한 작품. 흔한 주제인 만큼 동감도 쉽게 간다. 박광수의 [얼굴값]은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 그저 그랬다, 는 감상으로 끝내는 것을 양해해주길.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