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6월 14일, 빙글빙글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6월 14일, 빙글빙글

dancingufo 2005. 6. 15. 02:54

가만히 앉아서 노래를 듣는다. 나는 나 자신이 문화로부터, 예술로부터 멀어지는 일을 얼마나 두려워 했던가- 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것이 나를 얼마나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이마를 구겨뜨리면, 이것은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는 기억. 내 마음에도 어쩌면, 치유되지 않는 질환처럼 열등감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이 싫다. 그들의 청승어린 눈빛과, 그들의 모난 자의식과, 편협함으로 똘똘 뭉친 인생관이 싫다. 나는 즐겁고, 가볍게 살다가 가고 싶다. 인생은 향유되어야 한다. 더 이상의 고민도, 진지함과 심각함으로 똘똘 뭉친 표정도, 자의식에 의해 무너진 어깨도,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혀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모난 태도도, 나는 그들을 가까이에 두고 싶지 않다.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멀리- 그들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



뭐, 별 거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물론 나는 괴로워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원하던 일이 아니며, 이것은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며, 이것은 내가 원하던 내가 아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땀에 절은 내 얼굴을 무심히 마주보고 있노라면 이것 이상의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내가 원하던 일을 하며, 내가 원하던 삶을 살며, 내가 원하던 내가 된다고 한들- 이것과 뭐가 그리 크게 다를까 하는 생각. 나는 낙천적인 사람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낙천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더위가 깊어지는 걸 보니, 여름이 왔나보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 어쩐지 무섭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이다. 그때쯤 되면 지금보다 열 여덟배쯤 행복해질 것이다. 설사 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해도, 이런 믿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 여름을 온전하게 보낼 자신이 없다.



매번 출근길에 오를 때마다, 이대로 집으로 다시 돌아가 문을 잠그고 핸드폰을 꺼버리고- 연락이 두절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막상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는 그속에서 가장 잘 웃고 가장 잘 떠드는 사람이 된다.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고, 그러다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본다. 나는 나를 향해서는 웃지 않는다.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내 앞에서만은 진심이 드러난다. 나는 지금, 괜찮지 않다. 그것은 나 때문이기도 하고, 너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도 또 똑같은 스물 네시간일 테고, 나는 또 똑같은 생각으로 웃고 똑같은 생각으로 괴롭겠지. 시간은 가고, 날짜는 달라지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무한대로 반복된다. 빙글빙글- 탈출구가 없는 톱니바퀴 위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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