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쁜 교육 (196)
청춘
재미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트 던햄의 삶을(그리고 또 죽음을) 영웅적인 것으로 승화해선 안 된다. 삶은 맹목적이었고 죽음은 어리석었다. 그들이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 이해한다고 해도, 그들이 사랑하고 있는 방식까지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눈물의 양과 슬픔의 양이 비례하지 않듯이 폭력의 양과 열정의 양도 비례하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였고(의 주인공도 '트래비스'다.) 영화가 끝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었다. 두 쪽 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고, 좋아하는 책인데 그에 비해 는 '중상' 정도의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영화를 다 본 후에야 '트래비스'가 '로버트 드 니로'이고 '아이리스'가 '조디 포스터'라는 걸 알았다. '로버트 드 니로'야 워낙 이름만 익숙한 배우니 그렇다 쳐도, '조디 포스터'는 어릴 때부터 꽤나 좋아해왔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전혀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니. 어쨌든 지금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배우들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런 영화에 등장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으면, 어쩐지 내가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첫번째는, 김정은을 제외한 여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맛깔스러웠다는 것. 두번째는, 소재가 스포츠였다는 것. 이 두가지 사실만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다고 눈 감아주기로 했다. 엉태웅과 김정은의 사랑 이야기는 못본 척 잊어버리면 그뿐인 거니까.
1, 2편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옛정이 남았으니 기분 좋게 보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4가 앞으로 어찌될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의 이 옛정으로 4편까지도 기분 좋게 버텨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스파이더맨보다 피터에게 더 애정을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어리숙하기 그지없는 피터를 보고 있노라면 그냥, 무작정, 피터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슈퍼 히어로 영화가 지닐 수 있는 장점은 대부분 갖추었으니, 내가 어떻게 이 영화를 보면서 이 히어로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빽빽히 늘어선 빌딩의 사이사이를, 가볍게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스파이더맨을 흉내내고 싶을 것이고,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스파이더맨과 사랑에 빠지고 싶을 거야.
'너 여기서 울어!.'라거나 '너 여기서 웃어!'라고 말하는 영화는 너무나도 작위적이니, 질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눈물이 나거나 웃음이 난다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칭찬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는 '너 여기서 감동 받아!'라고 수도 없이 말하는 영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순간 정말로 감동이 밀려오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냥 칭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타를 손으로 툭툭 쳐서 만들어낸 음악은 흥미롭고, 그 음악을 연주하는 어린 배우의 웃음은 놀랄 만큼 아름다우니. 그것만으로도 는 관객들의 사랑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예쁜 프레디 하이모어. 찾아보니 1992년생이다. 키는 커도 얼굴이 너무 애기라 초등학생쯤 될까 했더니 우리나라 나이로는 열여섯. 그러니까, 소희랑 동갑..
오랜만에 나다에 갔다. 딱히 어떤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오랜만에 나다에 가고 싶었던 탓이다. 몇시쯤 가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상영표를 검색해 보았더니 적당한 시간에 운 좋게도 김강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대학로를 향했는데, 그랬는데 이번에도 또다시 길을 헤매고 말았다. 벌써 10년째, 일년에 한 두번쯤은 꼬박꼬박 찾고 있는 극장인데도 여전히 나는 나다로 가는 정확한 길을 모른다. 몇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만 알아 두어도 그렇게 엉뚱한 곳에서 헤매진 않을 텐데, 나는 늘 그것조차 헷갈려서 이번에도 또 맞은 편 거리에서 한참을 헤맸다. 그리고 상영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나다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아서 결국 난 네 명의 타인에게 길을 물었고..
또 다시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어째서 우리가 난리법석인지 모르겠단 말을 하면서도, 이날을 얼마쯤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행을 가든 책을 보든 영화를 보든 이 날에는 조금 특별한 일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2년 전에는 책을 읽었고 1년 전에는 여행을 갔으니 올해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무엇을 볼까, 라고. 이브날 저녁 생각을 하다가 책장 속에서 을 발견했다. 생각해보면 지난 1월에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을, 조금은 특별한 영화니까 조금은 특별한 날 보자고 책장 맨 윗칸에 올려놓은 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것을 손에 쥐고, 비닐을 벗겨내면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꽤 잘 어울리는 영화가 될 거란 생각을 했다. 비록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신경..
스스로를, 거대한 생각은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난 어떤 시대에 태어났더래도, 지극히 개인적인 삶 이상의 것은 살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거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자꾸만 답답해진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라고 묻게 되고. 그렇게 해서 당신이 얻는 것은 대체 무엇이냐고 묻게 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지 못하는 한, 나는 언제까지고 이런 식의 영화들을 보면서 내내 답답해만 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정말로 다행인 것은. 내가 이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절대로 이들처럼은 살지 못할 내쪽을, 좀 더 어리석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토니 타키타니. 여백이나 쉼표를 영상으로 옮긴다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쯤 되려나. 그리고 그 답이 긍정에 가깝든 부정에 가깝든, 어쨌든 말이다. 하루키를 영상화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파니, 너는 무척이나 예쁘고 또 아름다운 걸. 더 많은 사랑을 받아도 좋을 만큼,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걸. 파니도, 오르페오도 너무 매력적이야. 이 영화가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 건, 단순한 내가 파니와 비슷한 나이에 있기 때문은 아닐 거야. 누군가를 만나서, 한 단계 더 성장을 한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 파니의 그런 성장, 참 보기 좋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성장을 꿈꿔.
그런데 이 영화는 왜 재미있는 거야? 말하고 변신하는 자동차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좀 더 화려하게 변신하는 것뿐이잖아. 바로 그 화려함에 재미있는 거라면 이해는 가지만, 역시 나는 이런 영화 졸립고 지루할 뿐이니까. 역시 식성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취향에 맞는 영화를 봐야 하는 것이지.
결국엔, 영화 속의 인물들끼리 감동을 받고 교훈을 얻다니! 감동을 느끼게 하려거든 관객에게 느끼게 하고, 교훈을 주려거든 관객에게 줄 것이지. 어째서 자기들끼리만 주고 받은 후 영화를 끝내버리는 건지. 그러니까, 전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예쁘다는 것 말고, 뭔가 다른 것도 좀 느끼게 해줬어야지.
마츠준은, 작고 말랐음에도 섹시하다. 그래서 나는 마츠준의 영화를 본다. 하지만 마츠준의 섹시함을 매력적이라고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두 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이 영화보다 훨씬 나은 영화들이 세상엔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지구에서는 소년의 마음과 같은 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지구에 살고 있지만, 소년의 마음과 같은 마음을 만나보지 못했고, 하여 소년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문득 생각하기를, 실제로 지구에 살고 있는 나와 실제로는 지구에 없을 소년 중 어느 쪽이 더 지구인다운지 잘 모르겠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훌륭하지만, 너 울어-! 라고 말하는 영화를 보고 있다보면 역시 눈물보다는 웃음이 나기 마련이다. 음, 그러니까 너 울어-! 라고 그렇게 자주 말하지만 않았어도 그럭저럭 짠한 마음 정도는 들었을 텐데 말이다.
외롭다- 라고 중얼거렸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외롭다- 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이 나의 외로움이었는지, 트래비스의 외로움이었는지, 아니면 헌터나 앤의 외로움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너무나 외로워졌고 그래서 무릎을 가슴으로 모아 끌어앉으며 찔끔- 눈물을 흘렸다. 파리, 텍사스는 그렇게 내게 아주 짧은 한 순간 코끝이 찡하는 눈물 같은 영화로 남았다. 빔 벤더스. 그가 어떤 감독인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줄 아는 감독인지 알고 싶다면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면 된다. 그것은 내가 처음 마주쳤던 그의 영화였고, 그것은 내가 처음 사랑한 그의 영화였고, 이후로 나는 빔 벤더스라는 이름을 사랑스러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파리, 텍사스' 외롭고 황량한 파리..
레이첼. 레이첼. 레이첼은 예쁘다. 가느다란 목과, 딱 보기 좋은 팔다리. 둥그스름한 가슴과, 부드러운 어깨. 레이첼은 아주, 아주아주 예쁘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레이첼이 좋았다. 그런 레이첼을 로스가 사랑한다. 로스. 로스. 로스는 나의 이상형에 가깝다. 나는 자주 친구들을 지겹게 만드는 로스의 그 진지함이 너무 사랑스러워, 한동안 로스를 보기 위해 프렌즈를 보았다. 비록 이야기가 거듭되는 동안 나는 로스보다도 다른 인물들을 더 사랑하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로스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그런 로스의 베스트 프렌드. 챈들러. 나는 챈들러를 보면 안쓰럽다. 나였다해도 그와 결혼하고 싶었을 만큼, 나는 챈들러가 마음에 들었고 또한 챈들러가 안쓰러웠다. 챈들러는 로스와 함께 프렌즈에서 가장 성실함을..